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초연결사회의 허상과 공포

등록 2018.11.26 21:52

수정 2018.11.26 21:58

영화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이 아기 이름을 지어주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숨을 거둡니다. '게임의 법칙'에서 박중훈이 사이판을 꿈꾸며 스러지고, '초록 물고기'에선 한석규가 세상과 마지막 통화를 합니다. 아날로그시대 공중전화 부스는 도심에 섬처럼 뜬 사적 공간이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통화 차례를 기다리던 일상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공중전화 부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이제는 찾아보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 공중전화 부스에 다시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되살아났지요. 바로 KT 통신구 화재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재앙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TV가 끊기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치안 방범 의료 상거래까지 마비됐습니다. KT의 통신선 집중통로 쉰여섯 곳 중에 하나가 탔을 뿐인데 서울 중서부지역 도시 기능이 멈춰버린 겁니다.

그나마 휴일이 아니었다면 금융, 주식까지 더 폭넓은 IT 대 정전, 이른바 디지털 블랙아웃이 닥쳤을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북한은 휴전선 상공에 핵EMP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인명 피해를 주지 않고도 대한민국을 사실상 마비시킬수 있다는 협박이었습니다. 전기 수도 교통이 끊기는 건 물론 모든 금융기록이 사라지고 군 무기도 대부분 무용지물이 됩니다.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원시 석기시대나 다름없는 대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 데이터, 사물,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세상을 초연결사회라고 부릅니다.

KT 통신구 화재는 초연결사회가 얼마나 취약하고, 한번 무너지면 얼마나 큰 재앙이 닥치는지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 시스템까지, 더 빠르게 , 더 효율적 만을 추구해 왔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지만, 이제는 디지털 붕괴라는 재앙에도 어떻게 대비하고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11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초연결사회의 허상과 공포'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