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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고마워 트럼프

등록 2018.11.27 21:45

수정 2018.11.27 21:49

오바마 대통령이 우유에 쿠키를 적셔 먹으려는데 쿠키가 커서 컵에 들어가지를 않네요. 오바마가 탄식합니다.

"땡스 오바마…"

"고마워 오바마" 라는 말은, 사람들이 일이 잘 안 풀리면 농담처럼 오바마 탓으로 돌리곤 하던 푸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오바마 본인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이른바 '셀프 디스'에 써먹는 재치를 발휘한 겁니다.

3년 전 홍보 영상에서 오바마는 거울 앞에서 멋있는 척하고, 더듬더듬 연설 연습도 합니다. 망가진 몸짓으로 사람들 마음을 연 뒤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 지지를 호소합니다. 권위를 내던진 정치 유머가 빛납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유가 하락을 두고 트위터에 "땡큐 T 대통령"이라고 올렸습니다. T는 트럼프를 가리키니까 자기가 자기한테 고맙다고 한 '셀프 칭찬'입니다. 공급 과잉을 비롯해 여러 요인이 작용한 기름값 하락을 자기 공으로 돌린 거지요. 그가 남 얘기하듯 하는 유체이탈식 화법은 자신을 매우 거창하게 생각하는 심리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어 다른 트위터에서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가려는 중미 난민 행렬 캐러밴에 대해 멕시코가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습니다. 트위터가 나온 직후 미 국경방위군이 캐러밴에게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습니다. 맨발에 기저귀를 찬 아기가 울부짖고, 엄마가 두 딸의 손을 붙잡고 도망쳤습니다.

이 모습을 본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고 합니다. "망명 시도는 범죄가 아니며 미국은 피난과 희망의 땅"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거친 사람들, 냉혈 범죄자들에게 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엔 "필요하다면 국경을 영구적으로 폐쇄하겠다" 고도 했습니다.

이번 캐러밴 행렬에는 어린이 2천 3백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고단한 아버지의 목말을 탄 소녀가 평화롭게 잠든 채 길을 갑니다. 미국 대통령의 자화자찬, "땡큐 트럼프"가 무색한 장면입니다.

11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고마워 트럼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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