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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세먼지가 앗아간 푸른 하늘

등록 2018.11.28 21:43

수정 2018.11.28 21:51

"돌을 집어 던지면 깨금알같이 오드득 깨질 듯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른 하늘…"

소설가 이효석이 노래했던 우리 하늘입니다. 흥남 철수 때 문재인 대통령 부모가 도착했다는 거제항의 하늘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받은 거제의 첫 인상이 '온통 새파란 세상'이었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파란 하늘, 깨끗한 공기와 함께 미래의 희망을 키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나라, 안심하고 숨쉴 수 있는 하늘을 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푸른 대한민국에서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반드시 미세먼지 잡겠습니다…"

전국의 하늘이 미세먼지와 스모그와 황사에 뒤덮였습니다. 시인 보들레르가 말했던 "인간들이 부글부글 끓는 냄비의 검은 뚜껑" 바로 그 하늘 같았습니다.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종종 걸음으로 검은 하늘을 벗어나려 서둘렀고, 거리와 식당과 가게들도 한산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후각세포를 통해 곧장 뇌로 침입한다고 합니다. 뇌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 분비를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하늘이 뿌예지면 사람들 마음도 우울해집니다.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소를 조사했더니 북핵 위협도 경제 침체도 아닌 미세먼지가 1위였습니다. 중국발이다, 아니다 국내 요인이 더 크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부는 나가지 말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나가려면 마스크를 쓰라고 합니다. 이게 대책이라면 참 쉽지요?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 추워지면 미세먼지가 가라앉고, 북서풍이 그쳐 대기가 정체되면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새로운 겨울 기후 법칙입니다. 이제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삼한사미의 길고 답답한 터널을 또 맨몸으로 지나야 할 모양입니다.

11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미세먼지가 앗아간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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