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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시 대통령이 남기고 간 것들

등록 2018.12.03 21:52

수정 2018.12.03 22:01

2차대전 때 미 해군장교 조지 H.W 부시의 어뢰폭격기가 구름에 내려앉았습니다. 은발의 바버라가 "당신을 기다렸다"고 반깁니다. 시사만화가 마셜 램지가 부시 부부와 세 살에 백혈병으로 숨진 딸 로빈의 하늘나라 재회를 그렸습니다.

일곱 달 전 바버라가 세상을 떴을 때 그렸던 모녀 상봉의 행복한 완결편입니다. 부시와 바버라는 열일곱 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이듬해 나눈 키스가 두 사람 모두 생애 첫 키스였다고 했지요.

전쟁에 나간 부시는 폭격기에 바버라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격추되고도 기적처럼 살아와 결혼했고 일흔세 해를 해로했습니다. 아흔 살에 스카이다이빙을 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바버라가 떠나자 급속히 기력을 잃고 뒤따라 갔습니다.

부시는 베를린 장벽과 소련 붕괴의 격변기에 절제와 슬기로 냉전을 평화롭게 끝낸 지도자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경제정책이 실패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친 클린턴에게 패해 단임 대통령에 그쳤습니다.

그는 백악관을 떠나는 날, 클린턴에게 손편지를 써서 집무실 책상 위에 남겼습니다. "이곳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도 매우 힘든 날을 겪겠지만 당신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기에 당신을 굳건히 지지하겠습니다." 

백악관에 들어온 클린턴은 편지를 보고 전율했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념과 정당, 세대를 넘어 깊은 우정을 나눴습니다. 클린턴은 부시를 이렇게 추모했습니다. "우리는 많이 달랐지만 서로 다른 견해에 마음을 열었고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타협하고 전진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부시가 클린턴에게 남겼던 편지는 오바마까지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허리케인 모금행사에서,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 모두가 어울려 환하게 웃는 사진이 우리는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12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부시 대통령이 남기고 간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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