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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집권당 대표의 말의 무게

등록 2018.12.05 21:44

수정 2018.12.05 21:55

"길을 가다 보았다 연둣빛 고운 바탕에 선명하게도 쓰인 베트남…이내 몸서리쳤다 그 아래 선전문구 절대 도망 안 감…" 시인은 도로변에 걸린 국제결혼 광고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이 현수막 사진은 미 국무부가 인신매매 보고서에 싣기도 했지요. 광고 문구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숫처녀 보장, 재혼자-장애인 환영, 백% 후불…" 정부가 단속하면서 요즘엔 뜸해졌습니다만 온라인에는 여전히 부끄러운 광고가 오르내립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 중에 베트남 국적이 36%로 단연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런 뒷사정을 생각하면 베트남 여성에 관한 외교적 언급은 예민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베트남 부총리에게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을 제일 선호한다"고 한 말은 듣기 불편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여성과 결혼을 상품화하고 다문화 가정을 모독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2006년 베트남 정부는 한국인의 비인간적 맞선 행태에 여론이 들끓자 심사를 강화했습니다. 신랑신부를 면접하고 열 건 넘는 서류를 요구해 신랑의 건강과 부양능력, 가족관계를 검증합니다.

그래도 결혼 후 폭행당하는 일이 잇따르자 국가주석이 한국대사에게 "베트남 신부들이 잘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0년 결혼한 지 8일 된 베트남 신부가 정신질환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은 외교문제로도 비화했습니다. 그렇듯 베트남 정부와 국민이 한국을 보는 심정은 복잡 미묘합니다. 집권당 대표라면 그런 정서를 염두에 두고 베트남 부총리를 만났어야 할 겁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말은 오래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이 대표가 "한국 남성이 제일 선호한다"는 말 대신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요. "베트남 신부들이 가족 잘 보살피고 살림 알뜰하게 한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12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집권당 대표의 말의 무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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