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최고 법관들의 위장전입

등록 2018.12.06 21:45

수정 2018.12.06 21:51

잘 아시듯, 신분과 지위가 높을수록 엄정하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프랑스어로 '노블리스 오블리주' 라고 합니다. 오늘 앵커의 시선은, 백년 전 프랑스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1871년 프랑스가 보불전쟁에 패하면서 동북부 중심도시 메스를 포함한 로렌지방을 독일에 빼앗겼습니다. 장군을 마흔 명이나 배출한 메스지역 명문가의 열네살 소년 루이 드 모뒤는 파리로 탈출했습니다.

소년은 고향을 수복하는 날까지 극장이나 캬바레 같은 곳엔 얼씬도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육사를 나온 모뒤는 1차대전 때 군단장이 돼 독일을 물리치고 메스에 개선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됐고 비로소 극장에 가면서 48년 전 맹세를 지켰습니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아파트 청약을 하려고 위장전입을 하고 부동산 거래액을 낮춰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위장전입만 해도 한 해 백명 넘게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습니다. 김 후보자도 위장전입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피고인의 위장전입 목적은 조금 다르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주소를 위장한 죄는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 지명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다섯 명이 모두 합쳐 스물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거래가를 속인 계약서 작성까지 합치면 열한 명에 이릅니다. 법관은 남의 죄를 심판하는 사람입니다. 더구나 사법부 정점, 최고 법관에게는 보다 높은 도덕적 의무가 따릅니다.

대통령이 공직기강 해이의 지휘 책임자, 조국 민정수석에게 질책이나 경고 한마디 없이 재신임한 것도 개운치 않습니다. 안으로는 봄바람처럼 너그러우면서 밖으로만 서릿발 같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모뒤 장군이 48년 만에 극장 가던 날, 길가에는 남녀노소 시민들이 나와 눈물을 흘리며 축하하고 환호했다고 합니다. 권위와 신뢰, 존경과 애정은 그렇게 쌓이는 겁니다. 12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최고 법관들의 위장전입'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