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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전쟁과 소녀

등록 2018.12.11 21:45

수정 2018.12.11 21:52

축구 스타 메시의 이름과 등 번호가 적힌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이 영 엉성합니다. 축구와 메시를 좋아하는 여섯 살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입은 이 유니폼은 비닐봉지로 만들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피폐한 격전지에서 2년 전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 '비닐봉지 메시'의 모습은 세계인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겼습니다. 메시는 사인한 유니폼과 축구공을 선물하고, 소년을 카타르 축구 경기장으로 초대해 손을 잡고 입장했습니다. 소년의 꿈이자 세계인이 바라던 그림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또 한 송이 꽃이 전쟁터에 피어났습니다. 시리아 난민촌에 사는 여덟 살 마야는 깡통과 플라스틱 파이프로 만든 의족을 달고 다녔습니다. 선천적인 장애로 무릎 아래를 잃었지만 전쟁통에 제대로 된 의족을 장만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마야는 300미터밖에 안 되는 등굣길도 기어가다시피 했습니다.

깡통 의족이 칼에 찔린 듯 다리를 들쑤셨지만, 그래도 마야는 때묻은 인형만큼이나 의족을 아꼈습니다. 마야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터키의 한 병원이 새 의족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적응치료를 한 지 반년, 마야는 웃는 얼굴로 반듯이 섰습니다. 지난해 시리아 아기가 폭격으로 한쪽 눈을 잃었을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 눈을 가린 사진을 SNS에 올려 고통을 함께했습니다. 

전쟁은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아이들에게 남깁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일으켜 세우며 사람들은 외칩니다. "전쟁에 눈먼 자들은 이제 그만 피 묻은 손을 거두라"고.  하지만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은 꿈을 꿉니다. 전쟁이라는 지옥에서 만나는 천국의 그림자입니다.

예멘 내전을 담은 다큐영화에서 소년은 학교도 못 간 채 집에서 총을 갖고 놉니다. 그 곁에서 두 아이가 공부를 합니다.

"우리 공부 좀 하자"
"안 그러면?"
"우리 공부 좀 하자고, 엄마, 아흐메드가 괴롭혀요…"

12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전쟁과 소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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