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카풀과 택시, 그리고 정부

등록 2018.12.13 21:45

수정 2018.12.13 22:04

어느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앞서 이런 탄원서를 썼습니다.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거비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자녀교육은 무엇으로 시킵니까. 살려다 보니 승차거부 같은 불명예의 대명사가 돼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택시기사라고 말 못 하는 세상, 허탈합니다…" 벌써 20여년 전 탄원서입니다만, 요즘 택시기사들 심정하고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나온 서울 회사택시 기사 근로실태를 보면 월평균 255시간을 일해 167만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단순 계산해보면 191만원 쯤으로 나옵니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 216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그런 일자리나마 택시기사들이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엊그제 7만명과 4만명이 모인 카풀 반대 집회를 연달아 열었고 50대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졌습니다. 택시업계는 다음주 10만명이 모여 국회를 포위하는 걸로 절박한 사정을 호소하겠다고 합니다.

카풀 서비스는 현행법 한도 내에서 택시 잡기 힘든 출퇴근시간에만 운영해 시민의 시간과 수고를 덜어주자는 취지입니다.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큰 시민들에겐 긍정적인 소식이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 공유경제에서도 대표적인 사업모델입니다.

혁신적인 패러다임이나 혁명적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경제 시대에 혁신과 생존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전선 하나가 택시입니다. 그런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카풀이든, 우버든, 피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이라면 그 과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택시기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존 출구를 열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일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즐겨 쓰던 공론화 카드도 웬일인지 꺼내들지 않았습니다.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과 시민의 선택권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정부의 무능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 됐습니다. 12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카풀과 택시, 그리고 정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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