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시간강사법의 역설

등록 2018.12.20 21:45

수정 2018.12.20 21:59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남자주인공은 잘생기고 지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주의자인 여주인공은 그와 결혼하지 않습니다. 남자의 직업은 시간강사였습니다.

'강원도의 힘' 주인공도 시간강사입니다. 그는 비싼 양주를 챙겨들고 교수 집을 찾아갑니다. 속으로는 교수를 경멸하지만 잘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강사 평균 강의료는 5만 9천500원. 일주일에 최대 여섯 시간을 강의해도 한 달 벌이가 143만원입니다.

8년 전 한 시간강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담당 교수로부터 걸핏하면 심한 모욕과 함께 논문 대필을 강요받았다고 했습니다.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신분을 개선한다는 이른바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재임용 3년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4대보험 가입을 해주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런데 시간강사들이 첫 파업에 나섰습니다. 네 차례나 유보된 끝에 가까스로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정작 시간강사들은 왜 거리로 나섰을까요? 시행 후 닥칠 현실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학들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고 아우성이고 결국 시간강사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시간강사들을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법이 된 셈입니다.

부산대 시간강사 파업이 시작된 어제 부산에서 가장 큰 최대 아파트 단지 경비원 백 열명 중 아흔 여덟 명이 사표를 썼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해 주민들이 통합 경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새 시스템 도입으로 경비원 업무가 크게 줄고 월급이 18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크게 깎이게 되자 무더기 사표를 낸 겁니다.

서민의 삶을 보살피겠다며 급속히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이 도리어 서민의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역설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습니다.

아무리 선한 의지도 이렇게 현실을 만나면 그 의지가 왜곡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그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바로 정부의 실력일 겁니다.

12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시간강사법의 역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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