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최저임금, 크리스마스 단상

등록 2018.12.25 21:45

수정 2018.12.25 21:50

시성 두보가 이사가면서 새 주인에게 당부합니다. "뜰의 대추는 옆집 사람이 따가게 놔두시오, 먹을것도 자식도 없는 아낙이라오" 두보는 이웃 과부가 울타리 개구멍으로 들어와 대추 훔치는 걸 모른 체했습니다. 벼 이삭도 아이들이 맘대로 주워가게 했습니다. 겨울밤 불조심 딱딱이 소리가 들려오면 얼마나 가엾은 아이가 딱딱이를 치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성탄 메시지에 인용한 시에도 두보 같은 할머니가 나옵니다. 겨울밤이면 장터 거지들과 뒷산 노루 토끼들이 얼어죽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대통령의 두루 자상한 마음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이 지난주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정책은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 데서도 공감과 배려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산업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있다.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와 생계,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을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제 국무회의에서 나온 최저임금 수정안은 기대와 많이 달랐습니다. 원안에서 일부를 바꾸기는 했지만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지게 될 부담은 그대롭니다. 그래서 조삼모사,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따릅니다. "크게 낙담되고 억울한 심경마저 든다"는 경총 입장도 무심코 들리지 않습니다. 이대로 수정안이 확정되면 새해부터는 최저임금이 20% 더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30% 가까이 오른 것만으로도 고용 참사, 분배 격차, 자영업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대통령은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성탄 메시지를 맺었습니다. '나의 행복'의 '나'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은 성탄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12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최저임금, 크리스마스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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