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새해 새 희망

등록 2019.01.01 21:46

수정 2019.01.01 21:53

베를린 철도국 직원이었던 바그너는 결혼하고 43년 동안 해마다 부부 사진을 찍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방, 같은 자리에서 20대 중반이던 부부는 조금씩 늙어갑니다. 마지막엔 노부부가 빈 식탁에 힘없이 앉아 있습니다. 이 사진은 베를린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데, 사진 속 부부의 일생은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시베리아 농부들이 걸린다는 발작 신경증이 나옵니다. 해 뜨면 밭 갈고 해 지면 돌아서던 농부가 어느 날 괭이를 내던지고 서쪽으로 하염없이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결국 쓰러져 죽지요.

그렇게 우리 일상은 무미건조하고 쳇바퀴 같을 뿐인데, 해가 바뀌면서 큰 획을 그어 줍니다. 새해를 맞아 누구나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 시작하는 특권을 누립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새해 반대 시위라는 것도 있습니다. 새해야말로 무덤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비극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백열 살까지 살았던 피아니스트 헤르츠 좀머는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조금씩 더 행복해지더라"고 했습니다.

새해 새 아침, 사람들은 희망의 백지를 받아 듭니다. 누구나 공평하게 말이지요. 다만 그 순백의 시험지는 한 해 한 장씩밖에 차례가 오지 않습니다. 거기에 무엇을 적어 갈지는 온전히 쓰는 사람의 몫일 겁니다.

국가도 마찬가집니다. 국민이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려면 이 백지 위에 적어넣어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질 좋고 풍부한 일자리, 어깨 펴고 신바람 내는 가게, 활기차게 돌아가는 공장, 마음 편히 아이 낳고 키우는 가정… 지도자들이 새해 첫날 얼음물에 뛰어드는 각오가 아니면 어둡고 긴 터널은 끝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2019년 새 해가 솟았습니다. 세상은 늘 그래왔듯 시끄럽고 삶은 또 고달플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뚜벅 뚜벅 우리의 길을 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기해년 첫날 앵커의 시선은 '새해 새 희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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