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북한 신년사의 파격

등록 2019.01.02 21:44

수정 2019.01.02 21:55

"사회적 경제주의 건설을 힘있게 다그쳐 제3차 7개년 계획…"

김일성은 1994년 마지막 신년사에서 "경공업과 석탄-전력-철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자력갱생 지침을 하달했습니다.

어제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는 25년 전 할아버지 신년사를 다시 듣는 듯합니다.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전력문제 해결에 선차적 힘을 넣어…"

"석탄이 꽝꽝 나와야…"

"철도를 비롯한 교통운수 부문에서 된바람을…"

김일성은 1993년 신년사에서 "흰 쌀밥에 고깃국 먹고 싶다는 인민의 숙원을 실현하겠다"며 36년 묵은 약속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후계자였던 김정은이 "이밥에 고깃국, 기와집에 비단옷" 약속을 또 들고 나왔습니다.

우리 대통령 신년사는 눈에 띄지 않게 다뤄지고, 북한 최고지도자 신년사는 대서특필되는 일이 올해도 반복됐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발표 방식과 표현법이 달라졌을 뿐, 올해도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긴 했지만 핵폐기가 아니라 오히려 핵 보유 선언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제재가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으름장도 잊지 않았지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무조건 재개 역시 비핵화 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도 모르진 않을 겁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늘 그래왔듯이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의 절반 이상을 경제에 할애했습니다. 정권을 안정되게 유지하려면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할 겁니다.

하지만 경공업과 전력-철도 문제를 해결하고 석탄을 수출하려면 제재가 풀려야 하고, 제재 해제의 대전제는 실질적 비핵화입니다.

이제부터 한 달 가까이 북한에서는 전 주민을 대상으로 신년사 학습이 진행됩니다. 30분 넘는 신년사를 외우는 '통달 경연'도 벌어지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올해 북한 신년사가 파격적이었다고들 합니다만 항상 그래왔듯 정작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 될 겁니다.

1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북한 신년사의 파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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