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절망하는 공무원

등록 2019.01.03 21:44

수정 2019.01.03 21:54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들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도종환 문화부장관은 시인답게 취임사에서 키플링의 시를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라"고 했습니다. 

"공직자는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부처 보고를 받으면서 공직자의 '영혼'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열정을 가진 공무원이 나중에 (저처럼) 절망하고 다시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말을 들으면서, 그에게 공무원으로서의 영혼과 열정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 '절망하는 공무원'이 됐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KT&G (사장 교체 압력)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막막함과 국채 (발행 압력)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절망감을 (돌이켜보면) 다시는 다른 공무원이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 상급자가 정권이 바뀌면 이슈가 될 일이라며 기록을 남기라고 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상황입니까. 힘없는 한 전직 사무관이 목숨까지 걸겠다며 진실을 호소하고 있는데 거대한 국가 권력은 장막 뒤에서 그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공익보호자 보호를 그토록 외치던 여당은 진실 규명보다 그의 행동을 '먹고 살려고' 또는 '스타 강사가 되기 위한' 철없는 행동으로 깎아 내리기에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계란으로 바위치기 였을지도 모르지요.

목숨을 건 절박한 호소까지 쇼로 몰아붙이는 비정한 세태 앞에 애당초 영혼 있는 공무원 운운한 것 자체가 가혹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7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앞에서 다시 묻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1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절망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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