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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머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등록 2019.01.04 21:46

수정 2019.01.04 22:04

이란에 있는 2500년 전 페 르시아 왕궁 터에 기다란 부조벽화가 있습니다. 스물여덟 나라 사신들이 선물을 바치러 오는 조공 행렬도입니다.

그런데 이 암사자는 젖이 퉁퉁 불은 채 끌려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제 처지보다, 뒤에 안겨오는 새끼들이 걱정돼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청도 운문사를 가면 대웅전 앞을 지키는 한 쌍의 사자 석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 암놈일까요?

오른쪽입니다.

새끼가 가슴에 안기듯 붙어 있습니다. 부처를 수호하면서도 새끼를 보살피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솟습니다. 이처럼 동서고금, 인간과 짐승 가리지 않고 모성은 위대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년 메시지에서 현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가라앉힐 해독제로 '모성'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영웅적 행위가 자기 희생이라는 형태로, 강함은 연민으로, 지혜는 유순함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교황은 모성애를 단순한 감정으로 경시해서는 안 된다며 어머니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고 했습니다. 교황 말씀대로 모성의 힘이 얼마나 불가사의한지 보여주는 우리 주변의 사연 하나 곁들이겠습니다.

얼마 전 법원이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꾸짖었습니다. "어머니가 피를 흘리며 숨져 가면서도 피고인에게 '옷을 갈아입고 도망가라'고 했다는데 부끄럽지 않느냐"고. 법관이 아들의 진술서를 보고 한 질타였다고 합니다.

유대 금언집 탈무드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무조건 무한정한 사랑을 모든 이가 가슴에 새긴다면 세상의 분열과 혐오와 절망은 동행과 공감과 희망으로 바뀔 겁니다. 교황이 이 시대에 모성을 떠올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우리 주변은 절망과 고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모성에 우리 자신을 맡겨야 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 갈수록 팍팍해 지고 한 젊은이가 국가를 상대로 양심을 호소하는 지금 우리의 답답한 사정도 어쩌면 어머니의 사랑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어머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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