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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식사 정치

등록 2019.01.07 21:56

수정 2019.01.07 22:09

몇 해 전 오바마 대통령이 공사장에서 일하는 전쟁영웅에게 훈장 수여 사실을 알리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라며 퇴짜를 맞고 다시 걸어야 했습니다.

"(업무 중에) 일도 안 하고 월급을 받을 수 없어서 점심 때 통화했습니다."
"내 전화 받아줘서 고맙소"

오바마는 그를 불러 집무실 테라스에서 맥주를 나눴습니다. 오바마는 노동자들과 햄버거 대화를 하고, 스타워스에 나오는 악당 '다스베이더'로 불린 야당 원내대표와도 수시로 통화하고 샌드위치 회동을 했습니다. 통과시켜야 할 중요 법안이 있을때는 야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기도 했지요.

오바마는 이렇게 활발한 '식사 정치'로 레임덕을 막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오히려 힘이 더 세졌다는 뜻의 '마이티 덕'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비서동에 집무실을 둔 것도, 관저 혼밥이 잦았던 박근혜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혼밥을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대통령의 혼밥은 위험 신호라고 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을 만나 혼밥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대통령 공개 일정을 보면, 외교 일정과 총리 주례회동을 제외하고 지난 한 해 국내 인사들과의 식사가 스물여덟 번입니다. 비공개 일정이 빠진 횟수라곤 해도 아침 한번, 점심 스물다섯번, 저녁 두번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주문이 소통과 협치입니다. 보고서만 믿지 말고 현장을 다니며 민심에 귀 기울이고, 야당과는 자리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주 만나라는 목소리입니다. 그러려면 대통령 스스로 직언을 듣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취임사를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광화문 시대의 대통령이 돼 국민과 가까이 있겠습니다…"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그 마음만은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1월 7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식사 정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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