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작심 열흘

등록 2019.01.11 21:48

수정 2019.01.11 22:02

해마다 1월 초가 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곽 어느 중학교 체육관에서 이상한 축제가 벌어집니다. 비행기 승객들이 잃어버린 뒤 찾아가지 않은 여행가방을 경매하는 축제입니다. 폭발물과 마약 검사를 마친 가방들은 밀봉된 채 무게만 공개됩니다.

사람들은 가방을 사자마자 내용물을 쏟아내 보이며 관중들과 함께 웃고 즐거워합니다. 새해는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가방처럼 호기심과 가능성, 희망과 포부를 가득 품고 있습니다. 새롭게 꿈꿀 수 있는 특권을 선물로 건네는 거지요.

그래서 신년 벽두에는 새삼스러운 맹세와 다짐이 쏟아지곤 합니다. 예전엔 금연, 금주가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이었지만 요즘엔 운동과 다이어트로 건강을 챙기겠다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우유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 배달하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영국 속담처럼, 덜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대세가 된 셈이지요.

외국어 공부, 책 읽기 같은 자기계발 결심도 많습니다. 그래서 운동기구, 금연 보조제, 외국어 사전같이 새해에 많이 팔리는 품목을 '결심 상품' 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새 다짐은 허망하게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평소 하기 어렵던 일이 해가 바뀌었다고 술술 풀리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작심삼일을 우리말로 풀어 보면 "지어 먹은 마음, 사흘 못 간다"는 뜻이지요. 이 말이 나온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새해 들어선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단단히 결심했다가 포기하신 분들이 적지 않을 듯 합니다만 그래도 새해 결심은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사흘마다 새로 작심해서 끝장을 보겠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작심하고 또 작심삼일 하고 백번 천번 작심하며 나는 살아내리라…" 다짐이 열흘을 못 넘겼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목표치를 조금 낮춰서라도 도전, 또 도전 해보시면 어떨까요.

1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작심 열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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