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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남에겐 서릿발, 나에겐 봄바람

등록 2019.01.16 21:44

수정 2019.01.16 21:50

푸른 동해가 펼쳐지는 울진 후포항 언덕에 신경림 시인의 시비가 서 있습니다. 시인이 후포 바다를 내려다보며 쓴 명시 '동해바다'가 새겨졌지요. 시인은 친구의 티끌만한 잘못이 동산만하게 커 보이곤 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시인은 생각합니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스스로를 억센 파도로 다스리고 모진 매로 채찍질 하면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목포 문화재거리 건물매입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강하게 부인했습니다만, 당장 의혹의 당사자가 된 손 의원을 보며 시 '동해바다'를 떠올렸습니다. 

손 의원은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듯한 언행으로 주목 받아 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마지막 떠난 것도 계산한 것"이라고 했고, 위안부 할머니 빈소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에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했습니다.

얼마 전 국채발행 의혹을 터뜨린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나쁜 머리를 쓰며 위인인 척한다, 단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도박꾼이 모든 것을 거는 것 같다…" 손 의원은 목포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쓰러져가는 집들을 사들인 것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호소가 어쩐 일인지 자꾸 그가 다른 사람에게 들이댄 서릿발 같은 잣대와 겹쳐 보입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4년 전 형사재판을 받던 지인의 아들을 봐달라고 법원에 청탁했다는 뉴스도 눈길을 끕니다. 딸과 오빠를 인턴과 비서관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기 한 해 전의 일입니다.

청와대 비서관실마다 걸린 글귀 '춘풍추상'에는 '남에겐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나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는 대통령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혹시 나한테만 너그러운 게 아닌지 되돌아볼 일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나는 또 어떠했던가?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1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남에겐 서릿발, 나에겐 봄바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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