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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노인 연령 70세의 허실

등록 2019.01.25 22:03

일흔아홉살 스웨덴 할머니와 친구들이 요양원을 뛰쳐나와 강도단을 만듭니다. 외출도 못하고 커피도 제대로 못 마시는 요양원보다 감옥이 낫다고 생각한 겁니다. 노인들은 나라와 사회의 노인 취급 방식을 뜯어고치겠다며 좌충우돌합니다. 베스트셀러 ‘메르타 할머니’ 3부작은 몸도 마음도 팔팔한 노인들이 푸대접 받는 세태를 풍 자합니다.

세계 최고 복지국가라는 스웨덴 노인들도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일흔살의 작가는 아흔 아홉살까지 산 아버지를 소설의 모델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어머니 앞세우고 아흔 두살에 새 짝을 만난 뒤 7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말씀하더랍니다. 예순 다섯살까지는 청년, 일흔아홉까지 중년, 아흔아홉까지 노년으로 부르자고 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노인의 법적 기준을 예순다섯살에서 일흔살로 올리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복지부장관의 말이 느닷없지는 않습니다. 예순다섯살 이상 연령층 스스로도 열에 아홉이 일흔살은 돼야 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셋 중 둘은 평균 일흔 두살까지 일하기를 원하고 실제로 70대 전반 노인 셋 중 한 명이 일을 합니다. 다만 모아둔 게 없어서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노인 고용율과 빈곤율이 동시에 OECD 최고가 됐습니다. 노인의 기준을 올리자고 하는 데는 복지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큽니다. 법적 노인 연령이 올라가면 기초연금부터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다양한 복지혜택 연령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정년 예순 살을 가까스로 채운다 해도 버텨내야 할 세월이 그만큼 더 늘어나는 셈이어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테지요..

결국 열쇠는 노인 기준을 몇 살로 정하느냐가 아니라, 노인의 삶을 얼마나 촘촘하게 살펴 배려하느냐에 있을 것 같습니다. 기준나이를 올리자는 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온기를 좀 더 불어 넣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주자는 “늙기는 쉬워도 학문 이루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만 ‘늙기는 쉬워도 노인으로 살아가기는 힘겨운’ 대한민국입니다.

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노인 연령 일흔 살의 허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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