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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경제보좌관의 빗나간 현실인식

등록 2019.01.29 21:45

수정 2019.01.29 21:49

"외국에서 화장실 청소나 하고 있다면 그만두고 돌아오라…"

지난 3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230만 국민을 향해 마두로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조국을 떠나는 자들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화장실 청소나 하게 될 거"라고 조롱하더니 그렇게 또 비아냥댔습니다.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는 천만%가 오를 거라고 합니다. 수치로 표현하기에는 이미 오래 전에 한계를 벗어났지만 말입니다. 지폐는 불쏘시개보다 못하고 국민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외국 화장실 청소가 낫다는 현실을 마두로가 정말 모르는게 아니라면 외면하고 싶어서 그렇게 허세를 떠는 거라고 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돌아오라'는 마두로와 달리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떠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국민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대놓고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판 것도 닮았습니다. 지금 그의 눈에 우리 사회 오륙십대 중장년은 '할일 없어서 산에나 가고 험악한 댓글을 다는' 잉여 인간들입니다. 취업 절벽에 좌절하는 청년들은 '해피 조선을 헬 조선이라고 투정하는' 철부지들입니다. 박항서 감독은 '구조조정 당해 쫓겨난' 패배자입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서 희망을 찾으라고 했을 때 야당은 "청년실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김 전 보좌관의 인식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김 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국민의 가슴에 남은 상처가 쉬 아물지는 않을 듯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중동 발언 때 시중에는 영화 '친구' 대사를 비틀어 '너나 가라 중동' 이라는 야유가 나돌았습니다. 그래도 중동 발언은 김 전 보좌관처럼 청년실업자와 은퇴 세대의 아픈 현실까지 헤집어놓지는 않았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않느냐?"

1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경제보좌관의 빗나간 현실인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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