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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법원 판결에까지 적폐 딱지

등록 2019.01.31 21:45

수정 2019.01.31 21:54

"오예이, 오예이(들으시오)… 재판 받을 분들은 앞으로 나와 주의를 기울이시오. 하느님, 이 나라와 이 영광스러운 법원을 지켜주소서"

미국 대법원에서는 재판이 열릴 때마다 경비대장이 법정의 권위를 한껏 높이는 의식을 합니다.

"이 사람은 오바마 판사였어요. 제9연방법원에서 일어난 일은 수치입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정책에 효력정지 판결을 내린 판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자 대법원장이 성명을 내 점잖게 꾸짖었습니다.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부시, 클린턴 판사도 없습니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김경수 지사 선고공판 법정 방청석에서 김 지사 지지자들이 재판장을 향해 "양승태 키드(kid)" 그러니까 '양승태의 아이'라고 소리쳤습니다. 이 장면을 대법원장이 지켜 봤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김 지사는 수갑을 차기 전 변호사에게 이런 글을 써줘서 읽게 했습니다.

"재판장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습니다… 우려가 재판 결과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적폐 판사의 유죄판결'이라는 딱지를 붙이려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시국사건도 아니고 이념적 확신범도 아닌 피고가 재판장과 판결을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매도하는 것을 보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김지사의 이런 반응이 나오자 마자 집권 민주당이 "보조를 맞추듯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재판장을 몰아 붙였습니다. 같은 재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권 인사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렸을 때와 정반대입니다.

이번 판결에는 김 지사의 메신저 기록, 운전기사의 식사 영수증 같은 물증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법리를 따지기 앞서 누가 봐도 상식적인 증거들입니다. 그런 사건을 다섯 달 넘게 수사하면서 휴대전화도 제대로 압수하지 않은 경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던 그 관대함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판결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집권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법원을 모독한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 보통 시민들이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을 모독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법원 판결에까지 적폐 딱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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