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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록 2019.02.08 21:48

수정 2019.02.08 22:01

이미 고전이 돼버린 스파이 영화 '007 두 번 산다'의 제목은 좀처럼 죽지 않는 제임스 본드를 상징합니다. '인생은 한 번뿐' 이라는 영어 속담을 살짝 비튼 제목이지요.

"이걸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이라고 하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라틴어 금언 '현재를 잡아라'도 '인생은 한 번뿐'과 통합니다.

그 '인생은 한 번뿐' 이라는 말의 첫 글자를 딴 캐나다산 신조어 '욜로'가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됐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자는 현재 중시형 삶이지요. 죽어라 일해도 소용없더라는 좌절과 배신감이 담긴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닐 겁니다.

세계 80개국에서 5년마다 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에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느냐'는 문항이 있는데, 최근 진행된 조사에서 '그렇다'고 답한 한국인이 46%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얼핏 꽤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1990년의 81%였던 게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83%에서 78%로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와는 확연히 비교가 되지요.

전후 세대들이 가난에 무릎 꿇지 않고 악착같이 일어섰던 것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였습니다. 배고픔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며 낮엔 일하고 밤에 졸린 눈 부릅떠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원조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 대신 현재, 희망 대신 행운이 더 커 보이는 세상이 된 듯합니다. 지난해 복권이 4조원어치나 팔려 사상 최고기록을 세운 것도 그냥 흘려볼 일이 아닙니다.

미국 LA타임스는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는 건 하버드대 합격보다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칭찬 같지만 한국의 비정상적인 '공시 열풍'을 비꼰 기삽니다. 희망과 열정이 식어버린 나라, 이제는 정치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2월 8일 앵커의 시선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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