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변기보다 오염"…알면 만지기 두려운 무인주문기

등록 2019.02.11 21:34

수정 2019.02.12 09:23

[앵커]
요즘 공공장소나 음식점에, 무인주문기가 많습니다. 대부분 손으로 스크린을 터치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돌아보니, 위생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공공화장실 변기보다도 오염도가 훨신 높았습니다.

장혁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패스트푸드점, 버스터미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최근 주변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무인주문기. 누가 먼저 썼는지 알 수 없지만, 가는 곳마다 설치돼 있으니 쓰긴 쓰는데, 업소들은 청결 관리를 제대로 하는 걸까?

시민 
(닦는 걸 본 적 있으세요?) "못봤는데."
(한번도?) "응"

시민
(더럽다는 생각은?) "딱히 그 생각은 못 해봤어요."

과연 깨끗한 걸까? 한 놀이공원 입구에 설치된 입장권 무인발매기. 불 꺼진 기계를 보니 작동중엔 안 보이던 얼룩과 손자국이 화면 가득합니다.

"이거 잘 안 닦는 것 같은데."
"손자국이 많네."

패스트푸드점 주문기에는 알 수 없는 덩어리도 붙어 있습니다.

주변 곳곳 터치스크린 주문기의 오염도를 측정해봤습니다.

식당 종업원
"이쪽으로 안내해드릴게요. PC로 주문 넣어주시구요."

제작진
"이거 닦아요?"

식당 종업원
"네 주기적으로 아침에 닦고 있어요, (아침마다? 아침에 한번씩 닦아요?) 아침에 한번 닦기도 하고 조금씩 더러울 때…."

하지만 태블릿 주문기 오염도는 1294RLU. 인근 공중화장실 변기 378RLU보다 훨씬 높습니다. 오염도 측정기 회사 측은 보통 300RLU가 넘으면 소독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놀이공원 터치스크린은 1061RLU, 버스 터미널 무인 발매기는 1394RLU, 주차장 발권기에선 1251RLU가 나왔습니다.

무엇이 터치스크린을 오염시키는 걸까. 실제로 무인주문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코나 입, 머리 등 얼굴 부위 곳곳을 만진 사용자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영국의 한 대학은 유명 패스트푸드 음식점 무인주문기의 세균 검출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총 대상 9곳 전부에서 장염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검출됐고, 3곳에서는 폐렴을 유발하는 클렙시엘라균 등이 발견됐습니다. 사람 대변에서 나오는 프로테우스균이 나온 곳도 6군데나 됐습니다.

연구진은 무인주문기의 세균 오염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제작진
"실험을 통해 분변성 세균을 검출한 건가요?"

폴 매트웰리 /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 인문과학부 교수
"대장균, 클렙시엘라균, 프로테우스균 등이 나왔습니다.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정도가 검출될 거라고 봤는데, 내장에서 볼 수 있는 박테리아가 발견돼 놀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국 실험 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지만, 감염 위험성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강재헌 /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거기(무인주문기)를 만진 사람들은 그 세균을 손가락을 통해서 자기 몸에 옮겨올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급성 위장염을 비롯한 여러가지 감염성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위험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김민호 / 경기도 광명시
"먹고 싶지 않죠. 민감해지네 이걸 보니 또."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무인 주문기 시장규모는 2006년 600억원에서 2017년 2,500억원까지 4배 이상 커졌습니다.

음식점처럼 청결이 중요한 업소에도 설치된 만큼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해보입니다.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