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포커스] 응급의료 영웅이 남긴 '선물과 숙제'

등록 2019.02.11 21:46

수정 2019.02.11 21:52

[앵커]
고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엄수됐지만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와 나눈 전우애같은 우정, 그리고 다시 돌아보게 된 응급의료계 현실, 오늘은 여기에 포커스를 맞춰봤습니다.

 

[리포트]
구급차 문이 열리자 한 여성이 들것의 흰 천 속으로 손을 집어 넣습니다.

"신발만 보면 아는데"
"어머니 어머니"

구급대원의 제지는 들리지 않습니다.

"저 신발이 맞는 것 같은데"

병원에 도착한 어머니는 다리에 힘이 빠져 휠체어에 앉혀졌습니다.

"아.. 내 아들"

생과 사가 찰나에 엇갈리는 응급실. 죽음과 싸우며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있었습니다.

그의 사무실 앞에 놓인 커피. 전국의 응급실 532곳, 권역외상센터 132곳을 관리하느라, 커피 한잔 즐길 여유조차 없던 고인을 위한 선물입니다.

한달에 2~3일밖에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아버지,

윤형찬 (아들)
"성장하며 함께한 시간은 적었지만..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이제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국종 교수와는 둘도없는 전우였습니다.

이국종 / 아주대 교수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두려움없이 헤쳐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교수가 "순수한 젊은 의학도 같았다"고 회상한 윤 전 센터장은 석해균 선장 수술 당시 이 교수에게 "국종, 석 선장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 알지?"라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가 평생을 바친 응급실에선, 종사자 10명중 8명이 폭행을 경험합니다.

"의사 이씨는 현재 코뼈가 골절되고 뇌진탕 증세를 보여 치료중입니다."
"뼈가 보일 정도로 두피 외상이었고요. 동맥까지 같이 터져가지고.."

커피와 에너지 음료가 가득한 책상. 연속 36시간 근무도 예삿일입니다.

김홍준 /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전임의
"주 52시간은 좀 꿈같은, '아 그런 세상도 있구나'"

고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헬기 도입, 응급의료정보망 구축 국내외 재난 현장 지원에 앞장서 왔고, 자동심장충격기 AED란 말 대신 알기 쉽게 '심쿵이'로 부르자고도 제안했습니다. 고 윤 센터장의 노력에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김승희 / 자유한국당 의원(지난해 10월)
"닥터헬기는 인계점 800개를 정해놓고 그거 이외 장소에서 요청하면 이착륙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지요?"

고 윤한덕 센터장
"예,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추도사에서 이 교수는 고인을 지구를 떠받드는 영웅, 아틀라스에 비유했죠.

이국종 교수
"선생님은 바로 아틀라스입니다. 본인에겐 형벌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그 덕에 우리는 하늘아래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최소한의 안전은, 그들의 말없는 헌신이 준 선물아닐까요.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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