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떤 죽음의 방식

등록 2019.03.07 21:42

수정 2019.03.07 21:46

미국의 자연주의 학자 스콧 니어링은 시골에서 돌집 짓고 밭 갈며 소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일궜습니다. 그는 백 살이 되자 곡기를 끊어 죽음의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쉬는 것처럼 편안하게 떠났다고 합니다.

호주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지난해 백네 살에 택한 죽음의 방식은 또 달랐습니다.

"삶에서 더 이상 기쁨이 없습니다…. 적절할 때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원합니다."

그는 특별한 병이 없었지만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의료진 도움을 받았습니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안락사를 주선한 스위스 단체는 "불치병이 아니라 고령을 이유로 한 첫 사례" 라고 했습니다.

한국인 두 명이 작년과 3년 전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 사람은 말기암을 앓던 공무원 출신 40대 남자였다고 합니다. 스위스의 안락사 단체들에는 백명 넘는 한국인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와 미국의 일부 주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위스가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까지 가장 폭넓게 인정합니다. 그래도 의료진의 직접 투약은 금지하고 있어서 마지막 선택은 본인이 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조력 자살이라는 용어를 쓰지요.

수명이 늘어갈수록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는 죽음, '웰 다잉'의 열망도 커갑니다. 우리도 지난 1년 존엄사법에 따라 3만 6천여 명이 연명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시인은 아흔네 살 할머니의 대소변을 수발하면서 소망 하나를 품어봅니다.

"날마다 나 스스로를 살아가자고, 나 혼자만의 손과 발로 걸어서, 마지막 날에 축복처럼 당도하고 싶다고…" 

생명 존중은 문명사회의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안락사를 미화해서는 결코 안 되겠습니다만, 스위스에서 세상을 등졌다는 한국인 이야기는 고령화 시대 우리에게 숙연한 물음을 던집니다. 언제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3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어떤 죽음의 방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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