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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연쇄 외교 참사의 이면

등록 2019.03.20 21:45

수정 2019.03.20 21:50

클린턴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1993년 방한 때 일화가 나옵니다.

"청와대 수영장에 몸을 담그려고 하자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왔다.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재즈까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수영을 즐겼다."

클린턴은 한국의 환대에 감탄했습니다. 외교부가 그의 애창곡까지 미리 세심하게 파악한 결과였습니다. 정상 외교는 그래서 오랫동안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준비하지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호주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황당한 말을 했습니다.

"당신(호주 총리)과 당신의 맛있는(delicious) 부인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합니다…"

현지 말 영어로 인사한다면서 여자에게 붙이면 성희롱에 가까운 단어 '딜리셔스'를 써버린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더 큰 말실수를 했습니다. 

"슬라맛 소르 (안녕하십니까), 나와 우리 대표단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신."

말레이시아 정상과 회담을 하면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한 겁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한때 전쟁까지 했고 영유권과 불법 체류자 문제로 갈등 관계에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한국에 온 외국 정상이 '곤니치와'라고 인사한 셈이 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외교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의 방문국을 소개하는 캄보디아 특집에 대만 사진을 올리고,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하기도 했습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이 단체사진 찍는 줄도 모르고, 미국 부통령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사진이 해외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지요.

정상 외교는 국가의 권위와 품위, 정부의 조직력과 지적 수준을 드러내 보이는 창입니다. 말레이시아 사건만 해도 청와대, 외교부, 현지 대사관에서 단 한 명이라도 원고를 제대로 챙겼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현 정부 들어 전문 외교관이 꼭 필요한 자리에서 밀려나고 이념형 외교관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외교관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외교 참사를 보면서 그 정도로 이해할 만한 상황인지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3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연쇄 외교 참사의 이면(裏面)'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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