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함께 산다는 것

등록 2019.03.21 21:45

수정 2019.03.21 21:51

낱말 맞히기 TV 퀴즈쇼에 노부부가 출연했습니다.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며, 아니 네 글자. 평생 웬수…"

시로 쓴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일본 의학팀이 7년 동안 노인 3천명을 추적 조사했더니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의 사망률이 홀로 사는 경우보다 두 배나 높았습니다.

반면 남자는 아내가 없으면 사망률이 50% 높았습니다. 아내는 남편 수발하느라 명을 못 채우고, 남편은 아내 수발 없으면 오래 못 산다는 얘기입니다.

자식은 부부를 이어주는 끈입니다. 낯 붉혔다가도 아이들 봐서 마음을 다잡곤 하지요. 그러다 자식 결혼시키고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일이 꼬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가 오래됐습니다만 증가하는 속도가 무섭게 빠릅니다. 어제 나온 통계에서 지난해 이혼한 세 쌍 중에 한 쌍이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였습니다. 한 해 전보다 10%가 늘었고, 30년 이상만 보면 증가율이 17%를 넘었습니다.

부부 사이를 평생 원수라고 했던 할머니처럼 결혼은 전생의 원수가 만나 한평생 함께 살면서 서로 원수 갚는 일, 빚 갚는 일이라고들 말합니다. 부부의 인연이란 것도 결국은 서로에게 진 빚을 할부금 갚듯 갚아가면서 정을 쌓아 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대 금언집 탈무드에 '아내의 키가 작으면 남편이 키를 낮추라'고 했습니다. 결혼은 둘이 다리 하나씩 묶고 뛰는 이인삼각이란 말도 있습니다.

시인은 마주 보며 긴 상을 들고 가는 두 사람에게서 부부의 모습을 봅니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3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함께 산다는 것'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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