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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렇게 봄날은 간다

등록 2019.03.25 21:48

수정 2019.03.25 21:54

구례 화엄사 각황전 옆에 지금 꽃불이 났습니다. 허공에 빨간 물감을 양동이로 퍼부은 듯 매화가 흐드러졌습니다. 붉다 못해 피처럼 검붉어서 흑매라고 부르는 삼백쉰 살 홍매화입니다. 죽은 듯 시커멓던 등걸에서 선홍빛 화엄의 꽃을 서둘러 피워낸 것은 봄입니다. 4월 초순에 피던 흑매를 올해는 열흘이나 일찍 깨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순천 선암사 무우전 돌담길에 늘어선 매화들은 벌써 절정을 지났습니다. 그래도 육백 살 선암매는 아직 그윽한 향기를 흩뿌립니다. 창원의 진해 벚꽃도 축제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이미 한창입니다. 개화 관측 사상 가장 일찍 피었다고 합니다.

그제 토요일, 천둥 비바람이 요란하게 몰아치더니 어제 하루는 하늘도 공기도 티 없이 맑았습니다. 모처럼 청명한 휴일과 찬란한 봄꽃을 즐기며 숨 쉴 자유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더욱 절절하게 깨달은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랬던 어제 OECD 통계 두 가지가 나왔습니다. 먼저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높아 8년째 최악이라는 통계입니다. 일본과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고 캄보디아, 케냐와 비슷했습니다. 또 하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국가는 석탄 화력발전을 많이 한다는 통계입니다.

한국의 석탄 화력발전 비중 역시 46%로 OECD는 물론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우리 화력발전은 국제 환경운동 단체들의 주시 대상입니다. 작년 말 유엔기후협약 총회에서는 세계 환경운동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석탄발전 축소와 개도국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최근 석탄발전 조기 축소 계획을 내놓았습니다만 세계 추세에 비하면 많이 미흡합니다.

오늘 오후 들어 다시 초미세먼지가 닥쳤습니다. 내일도 온종일 나쁠 거라고 합니다. 어제 찍은 경복궁의 하늘입니다. 올 봄, 이 맑은 하늘을 며칠이나 볼 수 있을까 벌써 걱정입니다. 3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이렇게 봄날은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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