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빗나간 모정

등록 2019.03.26 21:46

수정 2019.03.26 21:49

드넓은 억새밭에서 한 어머니가 몸부림치듯 춤을 춥니다. 눈을 가리고 입을 막고, 웃고 울면서 고통 죄책 허탈 광기까지 갖은 감정을 담아냅니다. 김혜자씨의 명연기가 빛나는 영화 '마더'의 첫 장면입니다.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

어머니는 살인 용의자로 붙잡힌 아들을 구하려고 사투를 벌입니다. 그러다 아들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살인을 은폐하려고 목격자를 죽입니다. 영화 첫 장면은, 맹목적 모성으로 괴물이 돼버린 어머니를 상징합니다. 자식에게 바친 집착과 과욕, 그리고 파국은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최순실씨만 해도 딸을 위해 승마대회부터 대학 입학, 출석, 학점까지 권력으로 해결하려 했다가 딸의 운명까지 해친 셈이 됐지요.

유명 대학 교수가 딸을 명문대와 대학원에 합격시키려고 딸의 다양한 활동실적을 거짓으로 꾸몄다가 교육부에게 적발됐습니다. 이 교수는 제자인 대학원생들에게 동물실험과 논문 조작, 봉사활동까지 대신 시켰다고 합니다. 최순실씨가 권력이면 안 될 일이 없다고 믿었던 데 비해, 이 어머니는 학문적 지식과 입학 전형 노하우를 입시부정에 써먹었습니다. 교수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들에게 딸의 과제를 강요했고, 그 결과 어머니는 파면과 수사, 딸은 입학 취소를 당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습니다.

어머니의 모성만큼 무조건 무한정한 사랑도 없습니다. 그래서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보냈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자식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하든 다 모성으로 합리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식에게 시험지를 빼돌려 보여주고, 후한 학점을 주는 교사 교수들 사례가 이미 한 둘이 아닙니다. 교육자인 부모가 앞장서서 자식에게 편법과 부정을 가르친 셈입니다. 그러면서 다른 집 자식의 정당한 기회를 빼앗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요. 눈먼 애착에 빠지면 모성도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3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빗나간 모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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