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내로남불 전성시대

등록 2019.03.28 21:45

수정 2019.03.28 21:50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가곡 '명태'의 작곡자 변훈이 김광림의 시에 곡을 붙인 '쥐'입니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올라서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시대를 풍자합니다. 하지만 말이란, 내뱉는 순간, 말한 사람을 얽어매는 사슬이 됩니다. 부메랑 같은 말의 업보입니다. 2016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을 몰아세웁니다.

"조윤선 장관의 씀씀이 유명하지요. 연간 5억. 여성부 장관 시절에는 연간 7억5천…"

그때 계산법은 이랬습니다. 5년 간 부부 합산 근로소득이 32억원인데 재산은 4억원 감소했으니까 둘을 합친 36억원을 모두 생활비로 친 겁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박영선 의원이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똑같은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지난 5년 부부 소득과 재산 증가분에 조윤선 장관 생활비 계산법을 적용하면 한 해 4억 6천만원 쯤으로 나옵니다.

어제 청문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성실히 하지 않는다며 그의 과거 발언 영상으로 꼬집었습니다.

"본인에 관한 서류를 못내는 것을 양해해달라. 그러면 청문회는 뭐하러 합니까? 자료 제출을 안 하시고서 어떻게 검찰 총장으로서의 직무를 2년간 떳떳하게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박 후보자는 15년 동안 마흔 차례 인사청문회에서 거침없는 공격으로 여러 후보자를 낙마시켜 '청문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러다 어제는 수비하느라 바빴습니다.

"과거 발언과 지금 후보자의 행태를 보면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내로남불' 이라는 현대판 사자성어가 정치권에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만 요즘처럼 유행한 적도 없었던 듯합니다.

재개발 지역의 건물을 사는 데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청와대 대변인이 "퇴임 후 살 곳이 없어서"라고 한 것도 보통 사람 눈에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터키에서는 타조를 데웨쿠슈라고 부릅니다. 낙타새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타조는 날아야 할 때 '나는 낙타'라고 하고, 짐을 져야 할 때는 '나는 새'라고 말한다"

3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내로남불 전성시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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