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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인사 만사, 인사 참사

등록 2019.04.01 21:47

수정 2019.04.01 22:03

세계인이 '빈자의 성녀'로 우러르던 테레사 수녀를 '다국적 선교 사업체의 수장이자 근본주의 종교사업가'라고 비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1995년 저서에서 '테레사 수녀가 독재자, 악당들의 후원금을 받으며 그들의 이미지를 세탁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청은 2001년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를 심사하면서 그에게 '악마의 변호인'을 맡겼습니다.

중세 이래, 성인을 추천하는 '하느님의 변호인'에 맞서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입니다.

'악마의 변호인'은 군대와 기업, 정부에서 '레드 팀'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습니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가상 적군을 둬서 불합리하거나 경솔한 결정이 무사 통과되지 않도록 제동을 걸게 하는 것이지요.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물러나면서 현 정부 출범 후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 후보자가 열한 명에 이르렀습니다.

인사를 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청와대 내부에 레드 팀 같은 견제의 목소리가 없다는 얘기일 겁니다. 청와대는 "후보자가 사실을 밝히지 않아 걸러내지 못했다"며 검증 실패 책임을 후보자에게 떠넘겼습니다.

그러면서 "청문회와 언론이 검증의 완결" 이라고 했습니다. 인사 추천과 검증 기능이 무너졌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말로 들립니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위기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레드 팀을 전담 조직으로 두라"고 건의했습니다.

첫 내각 인사부터 부실 검증이 문제되자 청와대도 레드 팀 운영을 검토했지만 높은 지지율에 취해 없던 일이 됐다고 합니다. 

'인사 만사'는 '인사만 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입니다. 인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청와대는 어제 "인사 참사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귀가 얼마나 닫혀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 그 대답을 들으며 귀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았을 듯합니다.

4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인사 만사, 인사 참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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