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비무장지대 무명용사들

등록 2019.04.02 21:44

수정 2019.04.02 21:55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1964년 한명희 소위가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다 잡초 우거지고 이끼 낀 돌무덤과 마주쳤습니다. 작은 돌무더기에 비석 대신 세운 비목… 주변에는 녹슨 국군 철모와 탄피, 수통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늘 가슴에 앙금이 남아있는 비무장지대 전쟁의 참상, 돌무덤 주인공의 입장에서 비목을 썼고요"

잘 아시듯, 한명희님이 그 가슴 저린 슬픔을 노랫말로 써내려 간 가곡이 '비목'이지요. 휴전 순간까지 치열하게 밀고 밀리던 비무장지대에는 국군 유해 만 구가 묻혀 있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북이 지척에서 맞서는 최전선이어서 70년이 다 가도록 가곡 '비목'처럼 쓸쓸히 버려져 있습니다.

어제 4월 1일은 비무장지대 대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남북이 함께 6.25 전사자 발굴을 시작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뢰 제거까지 마친 철원 화살머리 고지에 그러나 북한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제 한강 하구에서 선박 자유 운항도 개시하기로 했지만 역시 북한은 묵묵부답입니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화상 상봉, 영상편지 교환 협의도 중단된 지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반면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 금지와 훈련 중지, GP 시범 철수 같은 군사 합의는 이미 신속하게 진행됐습니다. 북한이 유해 발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교류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10여 년 전 미군이 서울 당산철교 한강 바닥의 모래까지 퍼내며 6.25 때 조종사 유해를 찾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어떤 노력과 비용을 들어서라도 순국 장병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국가의 임무이자 의무입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나오지 않더라도 비무장지대 발굴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무명용사들에게 이름을 되찾아주고 그 헌신을 기리는 일은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4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비무장지대 무명용사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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