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공권력과 노조 권력

등록 2019.04.05 21:49

수정 2019.04.05 22:52

검정색 호신 조끼, 방검복을 입은 남자가 시위대에 포위돼 한껏 몸을 웅크린 채 엎드려 있습니다. 경찰관입니다.

시위대가 이 경찰관의 방검복과 바지를 잡아당기고 발로 툭툭 건드립니다.

그래도 경찰관은 전쟁터에서 붙잡힌 포로처럼 뒷머리에 두 손을 얹고 고개를 깊이 파묻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 왼쪽에는 이렇게 동료 경찰관들의 다리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 치욕스러운 경찰의 수난을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지난주 국회 앞 민노총 시위현장에서 벌어진 장면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공권력과 노조 권력의 현주소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극명하게 대비돼 있습니다.

엊그제 민노총은 다시 국회에 몰려가 진입을 시도하다 정문 담장을 부쉈고, 와중에 경찰 여섯 명이 다쳤습니다.

노동청 시청은 물론 검찰청까지 점거하더니 민주주의의 심장 입법부까지 공격하기에 이른 겁니다. 외국이라면 폭동이 아니고서는 극히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스물다섯 명을 연행해 조사했습니다. 그러자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경찰서에 나타나 소란을 피웠습니다.

"서장 나오라" "위원장 면회시켜 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사무실 문을 두드려도 경찰은 말리느라 쩔쩔 맸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행자들을 열한 시간 만에 모두 풀어줬습니다.

일반인이 국회 담장을 부수고 경찰을 때렸다면 이렇게 금방 석방했을지 의문입니다.

조합원들은 경찰서 현관을 나서던 민노총 위원장을 취재하는 기자도 폭행했습니다. 모두 경찰서 구내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논하기 전에 경찰서 구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겠습니까?

"누구도 실정법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공권력이 엄정함을 잃어서는 법치를 확립할 수 없습니다"

총리가 이렇게 말한게 불과 2주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민노총이 작년 11월 청와대 앞에서 외친 말이 묘하게 총리의 말과 겹쳐 들립니다.

4월 5일 앵커의 시선은 '공권력과 노조 권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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