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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실무자 탓하면 그만?…웃음거리 된 한국외교

등록 2019.04.08 21:19

수정 2019.04.08 22:22

[앵커]
최근 공식 외교 행사에 꼬깃꼬깃한 태극기를 내걸어 국격을 손상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 관련해 외교부가 담당 과장을 보직해임했습니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힘들만큼 외교 참사가 잇따르고 있는데, 담당 직원 문책으로 끝날 일인지 의문입니다.

대한민국 외교가 어쩌다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했는지 오늘의 포커스에서 되짚어 보겠습니다.


 

[리포트]
기념촬영을 하는 한국과 스페인 외교차관. 그런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 구겨집니다. 꼬깃꼬깃 구겨진 태극기.

뒤늦게 직원들이 달려와 펴보지만 엎질러진 물, 대한민국 체면도 구겨졌습니다.

김인철 / 외교부 대변인
"이러한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거듭 살피고."

문제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 현지 인삿말을 잘못해 국제적 망신을 산지 한달도 안됐다는 점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말 인사를 하고, "슬라맛 소르" 대낮엔 밤 인사를 했죠. "슬라맛 말람"

지난달 브루나이 국왕과의 만찬장. 현지 식으로 손바닥을 위로 향한 문 대통령이 양국의 친선을 기도합니다.

하지만 이어진 건배 제의는 음주 문화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국가에서 옥에 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 외교결례는 아예 국가 이름을 틀린 것에 비하면 사소한 걸까요.

체코를 26년전 명칭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하고, 캄보디아를 소개하면서 대만 사진을 올리고, 불과 나흘 뒤엔 발틱 3국을 발칸 국가라고 적은 영문 보도자료를 주한 외교가에 뿌렸습니다.

대한민국을 아프카니스탄같은 남아시아 국가라고 한 셈입니다.

졸지에 다른 나라가 된 라트비아 대사가 얼굴이 붉어질만큼 화를 냈다고 전해집니다.

윤상현 / 국회 외교통일위원장(5일)
"여러가지 외교부가 기강이 해이해진게 아닌가"

더 심각한 일은 지난 1일 베트남에서 벌어졌습니다.

중국을 탈출하다 검문소에서 체포된 탈북민 3명이 외교부에 "우리가 한국인임을 증명해달라"고 SOS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는 "기다려라"는 말만 36시간 되풀이했고, 이들은 끝내 중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사선보다 넘기 어려운 대한민국 외교부 문턱. 외교결례도 모자라 자국민 보호마저 눈감았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실무자들이 떠안는 분위기입니다.

이낙연 총리 / (지난달 20일)
"집중력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강경화 장관은 구겨진 태극기를 내건 담당 과장을 보직 해임했고, 한미 균열을 우려한 보도와 관련해선 내부 직원 색출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죠.

김석우 / 전 외무부 아주국장
"외교부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청와대 측의 독주에 의해서 벌어지는 현상이고 이것은 우리 외교가 3류 외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외교 현장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갈수록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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