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체

[취재후 Talk] 윤중천의 성접대 장소였던 '별장'의 비밀

등록 2019.04.12 09:43

수정 2019.04.16 19:25


[6년 만에 다시 쓰는 윤중천-김학의 성로비 취재 수첩(2)]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김학의 전 차관을 성접대했다는 문제의 원주 별장. 윤씨가 이 별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2118 일대 토지를 박 모 씨로부터 매수해 사촌형과 5촌 조카, 매형, 그리고 내연녀 김 모 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을 합니다. 그리고 공사비 60억원을 들여 건물 6동을 신축하여 문제의 ‘호화 별장’을 만든 것이죠. 이 때는 윤씨가 목동 재개발과 한약재 전문 상가 한방천하 사업을 활기차게 진행하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별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돈이 있었다는 얘기죠.


 

[취재후 Talk] 윤중천의 성접대 장소였던 '별장'의 비밀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


■"별장만 보면 윤중천 대단한 재력가"

윤씨의 별장은 3000평이 넘는 토지와 건물 6개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건물 A동과 C동은 2층 단독주택형 펜션이고, D동은 2층 관리동입니다. 그리고 E동은 3층으로 노래방과 당구장, 황토찜질방, 헬스장이 구비돼 있습니다. 노래방이 있는 E동이 바로 김학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찍힌 곳입니다. F동은 4층으로 식당과 영화관, 세미나실이 구비돼 있습니다.

일부 별장 방문자들 사이에서 영화관에서는 포르노를 시청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별장은 남한 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시그너스 골프장이 있습니다. 윤씨는 접대할 사람들과 이 곳에서 주로 골프를 치고 별장에서 저녁 겸 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씨는 주변에서 윤회장님으로 불렸고, 이 별장을 한번 보고 간 사람들은 윤씨가 대단한 재력가 겸 사업가인 것처럼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2008년이후에는 변변한 사업을 하지도 못하고 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생활한 것으로 법원을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호화 별장이 윤씨가 사람들을 현혹시킨 ‘밑천’이었던 셈입니다.


■두차례 경매 거친 별장... 실소유주는?

이렇듯 윤씨는 이 별장의 실질적 실소유자였지만 한번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법원은 2013년 경매 방해 재판에서 이렇게 판단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2004년 토지를 구입할 때는 친인척을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 별장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가 시작되자, 2012년쯤 자신이 세워놨던 천지간 영농조합 이름으로 경매를 받습니다. 이 당시 경매 자금은 사업가였던 피해 여성 A씨가 투입한 15억원과 대출금으로 조달했습니다.

이 때 윤중천씨는 다른 사람이 경매를 받지 못하도록 허위 유치권을 설정했고, 2013년 수사 때 이것이 적발돼 경매 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별장을 담보로 잡은 대출을 갚지 못하자 별장은 2014년부터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현재는 A동은 공매를 통해 이모 씨가, B,C,E,F동은 윤중천씨의 초등학교 동창 지인인 이 모씨와 윤중천씨와 한때 나노 사업을 같이 했던 고모 씨가, D동은 윤중천씨가 처제라고 부른 이 모 씨가 낙찰을 받았습니다.

TV조선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A동 소유주 이모 씨는 윤씨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인물로 실제로 공매를 통해 인수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지인 이 모 씨와 고 모 씨의 경우에는 이 씨가 실제 자금을 투입하고, 고 씨는 이름만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는 윤중천씨에게 1억원이 넘는 자금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하자, 윤중천씨가 별장 경매를 싸게 받아서 팔면 돈을 갚겠다는 조건으로 이 별장에 추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씨의 경우에는 고씨 이름으로 경매 잔금을 대출받았습니다. 이들 또한 윤씨와 연관은 있지만 실제로는 이씨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장 의심스러운 것이 바로 D동, 윤씨가 처제라고 부르는 이 모 씨입니다. 이 씨의 남편인 임 모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이름만 빌려줬고, 실제 돈은 윤중천씨가 조달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자신들이 실제 경매를 받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D동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 채권자(근저당 설정자)들은 윤중천씨가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근저당을 설정해줬다고 말을 합니다. 검찰이 계좌 추적만 하면 바로 확인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별장 소유권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A동 : 이 모 씨 (공매 통해 소유) B,C,E,F동 : 이 모 씨(윤중천씨의 초등학교 동창의 지인/자금 투입)와 고 모 씨(윤중천씨와 나노 사업/명의 제공하고 대출) D동: 이 모 씨(윤중천씨의 친인척/윤중천씨가 차명 소유 의혹)


 

 
■윤씨, 자금력 없는데 별장 어떻게 경매 받았나?

글을 읽으면서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2008년부터 변변한 사업을 못했던 윤씨가 이 별장들을 계속 어떤 식으로든 소유할 수 있었을까요? 2012년 천지간 영농조합 이름으로 경매 낙찰을 받았을 땐 사업가였던 여성 A씨가 돈을 댔습니다. 영농조합 대표로 세워주는 대신 15억원을 투입하게 한 겁니다.

A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윤씨가 사업하는데 자금이 급하다고 해서 잠시 빌려간 돈이 한두달새 4~5억원이 됐다. 그런데 갑자기 별장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얘길했다. 그때서야 번듯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윤씨는 자신이 별장에 각종 설정을 해놔서 다른 사람은 못받게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장을 싸게 경매 받아서 비싸게 팔면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러나 A씨는 돈을 한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2013년 윤중천-김학의 사건때 윤씨는 별장을 팔아서 13억원을 갚기로 했습니다. 또 별장이 경매로 넘어가면 A씨가 동생 명의로 설정해 놓은 근저당권을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이 근저당권보다 앞선 근저당권이 많아서 다시 경매로 넘어갔을때는 A씨는 1,300만원의 배당금만 받았습니다.

 

[취재후 Talk] 윤중천의 성접대 장소였던 '별장'의 비밀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


■"윤씨, 돈 빌리고는 '별장 싸게 경매 받아서 비싸게 팔자' 제안"

그런데 재밌는 것은 두 번째 경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이 별장은 2013년 다시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집니다. 이때 4개동 경매와 관련해 자금을 댄 사람은 윤씨의 초등학교 동창 지인인 이 모 씨입니다. 이씨는 윤씨에게 1억 4천만원을 빌려줬다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윤씨는 이씨에게 ‘별장을 싸게 받아서 비싸게 팔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A씨를 경매에 관여하게 했을 때와 이 씨를 끌어들인 경우가 판박이입니다. 결국 돈을 빌리고 못 갚으면 ‘별장을 싸게 경매 받아서 비싸게 팔면 돈을 갚을 수 있다’는 구조가 되풀이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윤씨와 이씨, 그리고 고 씨 사이에서는 분쟁이 있다고 합니다. 고씨가 별장을 살 사람을 데리고 오면 윤씨가 별장을 보여주지 않아서 번번이 별장 매각이 실패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고씨 등은 자신들은 윤씨의 딸에게 그 별장에서 살도록 무상 임대차 계약을 해준 적도 없는데, 자신들의 도장이 찍힌 위조 계약서가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윤씨 딸에게 펜션 사업을 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하고 있어서 중단시킨 적도 있다고 말을 합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 기상천외합니다.

경매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매 방해, 그리고 사문서 위조 등의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윤중천씨가 자금이 있는데도 A씨와 합의한대로 돈을 갚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TV조선은 윤씨에게 이런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레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윤씨는 단 한 차례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홍영재 기자, 안형영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