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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청문회의 아내 탓, 남편 탓

등록 2019.04.11 21:44

수정 2019.04.11 21:50

"이번 주주총회 작전에는 아버님 곁에서 제가 꼭 붙어서 다져야 할 거 같으니, 푹 쉬시다 오시면 대 제약 주식회사의 전무이사님 자리도 기다리고 있을 거고."

한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은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주인공은 부잣집 사위입니다.

그는 무기력한 삶의 모멸감에 시달립니다. 옛말에 "보리쌀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 한다"고 했습니다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처가 덕에 재산을 쌓았다는 후보가 적지 않았습니다.

탈세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 '모두 장인과 아내가 한 일' 이라고 미루기 일쑤여서 '처갓집 청문회' 라는 말도 나왔지요. 그렇듯 가장 많이 대는 핑계가 아내입니다만, 지난해 어느 후보자는 어머니에게 기댔습니다.

"어머니가 하시는 일에 뭘 어떻게 하질 못했던, 그런 딸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다 남편이 했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재산 42억 원 중 35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중 24억 원이 재판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특정 기업에 집중됐습니다.

법과 제도를 따지지 않더라도 보통사람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검사 출신 여당 의원이 고개를 저은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이해관계가 얽히는) 판검사가 주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다고 배웠는데…" 

이 후보자는 재작년 낙마한 이유정 후보자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이유정 후보자는 기업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내부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있습니다. 두 후보자의 남편들은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후 2년이 채 안 돼,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후보자가 열두 명에 이릅니다. 사회적 논란이 큰 사람을 어떻게 이리도 잘 골라내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유정 후보자의 전철을 뻔히 알면서 이미선 후보를 내세우는 데에 이르러서는 더 보탤 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4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청문회의 아내 탓, 남편 탓'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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