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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낙태 합법화 뒤에 남은 과제들

등록 2019.04.12 21:47

수정 2019.04.12 21:52

"돈이 되거든 전화해요. 그럼 그때 봅시다", "안 돼요, 제발 가지 말아요. 오늘 꼭 해주셔야 돼요…"

루마니아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입니다.

2007년 칸 영화제 대상작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대생이 불법 낙태시술을 받으려고 헤매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1966년 낙태를 금지시켰습니다.

그러자 임신 중 또는 출산 직후 사망하는 여성의 비율이 7배나 급증했습니다.

불법 낙태 시술로 매년 5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일어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낙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결핵환자인 어머니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결핵을 앓는 세 아이를 낳은 뒤 넷째를 가졌습니다. 당신은 낙태를 권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면 곧 후회하게 됩니다. 그 넷째 아이는 베토벤입니다.

이렇듯 낙태는 긍정과 부정적 측면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찬성과 반대가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이슈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낙태죄 위헌결정 역시, 논란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이고 건강한 논쟁의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 낙태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렸습니다.

낙태는,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형법으로 다스리지만 단속도 처벌도 극히 드물었습니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워낙 커서 예방 효과는 없고 여성만 옥죄는 측면이 컸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는 곧 죄'라는 우리 여성들에게 강요된 굴레를 마침내 벗겨 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태아의 생명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낙태를 합법화한 나라들은 낙태를 하지 않을 권리, 아기를 낳을 권리도 충분히 보장합니다.

낙태를 허용하면서도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 미성년 임신부의 공부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낙태를 줄이는 사회적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더 절박한 과제가 남게 됐습니다.

4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낙태 합법화 뒤에 남은 과제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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