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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윤중천, 별장서 마약 환각 파티"…수사 어떻게 됐나?

등록 2019.04.17 09:46

수정 2019.04.17 13:51

[6년 만에 다시 쓰는 윤중천-김학의 성로비 취재 수첩(3)]

"저녁에 골프치고 오면 식사하고, 술한잔들 하고, 남자여자들 와서 같이 4명씩 팀 아니겠어요" (별장 관계자)

"윤중천이 이걸 약을 먹어봐라하고 여자 파트너한테도 먹으라고 하고" (피해 여성)

2013년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수면위로 올라왔을 때 건설업자 윤중천이 별장에서 환각 파티를 벌였다는 증언이 쏟아졌습니다.


■별장에서 벌어진 가면 파티..."마약까지 동원"
저녁이 되면 남녀가 가면을 쓰고 파티를 벌였고, 술이 거나해지면 윤중천이 포르노 영화를 틀면서 자신이 먼저 옷을 벗고 '나체 파티'를 벌였다는 증언이었습니다. (당시 가면파티 영상은 한 모임의 인터넷게시판에 게재돼 있어 TV조선을 비롯해 일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고, 국과수에서 가면에 묻은 DNA를 분석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취재후 Talk] '윤중천, 별장서 마약 환각 파티'…수사 어떻게 됐나?
별장에서 벌어진 가면파티의 한 장면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마약이 동원됐다는 증언들이었습니다. 사실 2013년 윤중천-김학의 사건에서 마약은 수시로 등장했고, 경찰은 실제로 윤중천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윤씨에 대해 특수 강간은 일단 뺀 상태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검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윤중천 새벽에 필로폰 가져와..죽어나가겠다 생각"
경찰의 수사 성과는 피해 여성들이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특히 여성 사업가였던 피해 여성 A씨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A씨가 말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여름쯤이었을 겁니다. 하루는 현금 5만원 짜리로 돈을 찾아서 원주로 오라고 했습니다. 250만원 정도를 찾아서 가져다 줬고, 윤중천은 한밤중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나갔습니다. 설핏 잠이 들어 깼는데 새벽쯤에 들어오더니 '오랜만에 질 좋은 것을 싸게 잡을 수 있었다'며 저에게 자랑을 하더군요. 투명한 작은 약병에 소금 결정체보다 조금 큰게 담겨져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필리폰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빌려 준 돈을 받아서 나가겠다고 생각하면서 버텼지만, 필로폰을 보는 순간에 이놈이 이제는 나를 폐인으로 만들 생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폐인이 되든지 시체로 나가든지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 이후에 곧바로 별장에 동생 명의로 근저당을 설정하고 몸을 피했습니다."

이 여성은 윤중천이 몸에 좋은 것이라며 차를 마시라고 하거나, 알약 같은 것을 준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약을 먹고 나면 한가지에만 꽂히는 현상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 이 여성이 윤중천씨와 악연이 시작됐다는 사건에서도 '윤씨가 피로회복제라고 준 약을 먹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 여성의 머리카락에서는 마악류인 로라제팜이 검출됐고, 윤씨의 차안에서도 같은 약이 발견됐지만 추가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경찰, 휴대폰 기지국 추적...윤중천-마약상 동선 일치
경찰은 이런 진술들을 바탕으로 윤중천씨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해 여성이 진술한 시기에 통화내역을 집중 추적해 마약상 서 모 씨와 마약 알선책 안 모 씨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윤씨와 마약상의 휴대폰 기지국 추적을 통해 이들이 특정 시점에 감곡IC 인근에서 만났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취재후 Talk] '윤중천, 별장서 마약 환각 파티'…수사 어떻게 됐나?
노래방이 있는 별장 E동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마약상 서씨는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서씨가 관할하는 검찰청에서 경찰에 '서씨가 할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갔더니 서씨는 윤중천씨에게 필로폰 0.3g을 250만원에 팔았다는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마약상 "윤중천, 필로폰 높은 분에게 가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마약상은 윤씨가 높은 분에게 갈 것이라다면서 필로폰을 사갔다는 진술도 했습니다. (누구인지 자못 궁금하긴 합니다.) 
(경찰은 이때 서씨가 자신이 자백하면 형을 감경해 줄 것으로 판단했고, 해당 검찰청은 서씨가 윤중천-김학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것을 몰라서 전화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마약상이 실토하자 마약알선책인 안모씨도 결국 실토를 했습니다. 특히 안 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누구보다 수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실토할 리가 없는 거죠.

결국 피해 여성의 진술, 마약상과 알선책의 자백, 윤중천씨와 마약상의 동선을 모두 종합해 경찰은 윤중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군소리를 할 것도 없었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검찰 "경찰이 회유해 마약상 허위 진술"...윤중천 무혐의
그런데 윤중천-김학의 사건 전체가 검찰로 송치되면서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검찰은 마약상 서씨와 알선책 안씨가 경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한다면서 윤씨의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허위 진술을 했다고 한 이유가 참 황당합니다. 서씨는 ‘자신이 허위 자백을 하면 입건하지 않고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고 경찰이 회유했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여성(사귀는 관계였는데 딸과 사위가 모두 경찰)을 경찰이 찾아가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해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겁니다.

알선책인 안씨는 '서씨는 내연 관계에 있는 여성의 딸과 사위가 모두 경찰이기 때문에 경찰이 시키는대로 진술할 수 밖에 없다'고 경찰이 회유하면서 '서씨가 범행을 시인하기 전에 먼저 자백하면 언론 보도를 막아주겠다'고 회유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경찰이 '죄수의 딜레마'를 활용했다는 겁니다.

 

 ■회유한다고 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하나?
과연 이들의 이런 주장이 맞을까요? 하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한다고 허위 자백할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경찰이 일종의 플리바게닝(범죄를 자백하면 형을 감경해주는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불법)을 시도했을 순 있습니다. 당시 경찰 관계자도 "만약 경찰이 회유와 협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면 처벌을 해야지 왜 가만 뒀냐"고 강하게 반문합니다. 오히려 이들이 형을 강경받기 위해 자백을 했다는 게 합리적인 추정으로 보입니다. (그럼 감곡 IC동선이 일치한 것은 어찌 설명할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검찰은 윤중천-김학의 사건을 지휘할 땐 특수부가 맡았지만, 사건을 모두 넘겨받았을 때는 강력부가 맡았습니다. 바로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과연 당시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보강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약 수사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진술이 결정적이긴 하지만 경찰은 휴대폰 기지국 추적까지 하면서 나름대로 수사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은요? 검찰이 수사기관으로 혐의를 입증할만한 진술이나 증거를 뭐라도 찾아야 하는 곳이지요. 마약상과 알선책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죄라고 할 곳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검찰이 윤중천의 마약류 유통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 정황들은 제가 보기엔 찾기가 힘듭니다.

마약류 유통 혐의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2012년 윤중천씨가 필로폰을 유통했다면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의 골든 타임은 놓쳤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했으면 합니다. 윤중천씨는 tv조선의 취재에 한번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론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된 권리입니다. / 홍영재 기자,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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