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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르노 삼성, 한 퇴직 임원의 손 편지

등록 2019.04.17 21:44

수정 2019.04.17 21:47

프랑스 르노그룹은 세계 마흔여섯 개 도시에서 자동차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르노그룹은 물론 전 세계 백 마흔 여덟 개 자동차 공장을 통틀어 생산성 1위를 자랑합니다.

이 공장은 10년 전만 해도 폐쇄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노사가 손을 맞잡았습니다. 노조는 8년이나 임금을 사실상 동결했고, 사측은 고용 보장과 생산량 유지로 화답했습니다. 이 '바야돌리드 대타협'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스페인 경제 부활의 상징이 됐습니다.

반면 르노 공장 중에 인건비가 가장 높은 두 곳이 프랑스에 있고 그 다음이 부산의 르노삼성 공장입니다. 일본 규슈 공장보다 20퍼센트쯤 높다고 합니다.

르노삼성 창립 멤버인 생산담당 부사장이 지난주 노사분규 장기화에 책임을 고 물러나면서 직원들에게 손편지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국내 본사의 공장이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 소속된 하나의 자회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르노삼성 노사는 3년 내리 무분규 협상 타결에 성공해 노사관계의 모범사례로 꼽혀 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예순 차례 가까이 부분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러자 르노의 자회사인 일본 닛산자동차가 르노 삼성에게 위탁했던 생산물량을 4만대나 줄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르노 본사도 당초 한국에 배정하려던 신차 생산 물량을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호주도 한때는 한 해 40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생산했습니다. 미국의 포드와 GM, 일본 도요타 공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노사 환경과 분규를 견디다 못해 모두 철수해 버려 자동차 생산 제로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한국의 경쟁력도 떨어진 지가 오래됐습니다. 멀리 스페인과 호주를 볼 것도 없이 GM 군산공장 폐쇄가 글로벌 경쟁의 냉혹한 결과를 여지없이 증언합니다. 르노 삼성의 돌파구는, 퇴임 임원의 편지처럼 외국 기업 자회사라는 현 위치를 노사가 냉정하게 받아들인 뒤에야 열릴 수 있을 겁니다.

 4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르노 삼성, 한 퇴직 임원의 손 편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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