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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땅끝에 간 춘천 닭갈비

등록 2019.04.22 21:48

수정 2019.04.22 21:52

5년 전 여수 원유부두 충돌사고로 기름이 유출돼 근처 신덕마을을 덮쳤습니다.

소식을 들은 태안 사람들이 300km를 달려가 이렇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위로했습니다. 그리고는 함께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해변에 밀려든 기름을 일일이 닦아냈습니다. 신덕마을은 1995년 시프린스호 원유 유출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곳입니다.

끔찍한 재앙을 뼈아프게 겪은 여수 사람들은 2007년 태안 유출사고가 터지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갔습니다.

4백여 명이 기름을 닦으며 아픔을 함께했습니다. 그때 은혜를 태안 사람들은 잊지 않고 있다가 7년 뒤 여수 사고 때 보은의 품앗이를 한 겁니다.

재난으로 맺어진 은혜와 감사의 교감이 이번엔 동해안 최북단 고성과 땅끝마을 해남 사이 6백km를 오갔습니다.

2주 전 해남 소방서에 닭갈비 27인분이 익명의 손편지와 함께 배달됐습니다.

동해안 산불 때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밤새 달려와 준 소방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 닭갈비였습니다.

뜻밖에 닭갈비 파티를 즐긴 소방관들이 편지와 닭갈비 상자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이렇게 착한 닭갈비를 주문으로 혼쭐내주자"며 수소문에 나섰습니다. 춘천의 닭갈비 재료 공급업체인 여기엔 요즘 평소 소매 판매의 다섯 배 주문이 몰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은 물론 자신이 알려지는 걸 극구 거절했습니다.

작은 보답이 너무 미화되면 소방관들께도 예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늘어난 매출로 다른 소방서에도 닭갈비를 보낼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뇌에는 거울신경이란 게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몸짓 감정 고통까지도 내 것처럼 느끼고 흉내 내는 세포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감 신경이라고도 하지요. '착한 춘천 닭갈비'는 우리 모두의 거울신경에 감사와 보답이라는 아름다운 감정을 심어줬습니다.

워낙 험한 일이 많은 세상이어서인지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4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땅 끝에 간 춘천 닭갈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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