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동병상련 북러 정상회담

등록 2019.04.24 21:45

수정 2019.04.24 21:49

"평양의 자랑 대동강맥주…."

북한 TV에 자주 나오는 대동강맥주 광고입니다. 영국 언론이 "따분한 한국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고 평가해 화제가 됐었지요.

대동강맥주는 2001년 김정일 러시아 방문의 산물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티카 맥주를 맛보고 돌아와 우리도 세계적 맥주를 만들라고 지시해 탄생했다고 하지요.

당시 김정일은 24일에 걸쳐 장장 2만킬로미터를 열차로 여행했습니다. 러시아는 백미터마다 경찰을 배치해 경호에 각별히 신경을 썼는데, 그때 풍경을 러시아 유력 일간지는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텅 빈 플랫폼, 멈춰선 열차들, 늘어선 경찰은 현대사회의 기적이자 공산주의의 망령"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처럼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러시아 철도가 폭이 넓은 광궤여서 바퀴를 통째로 바꿔 달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나이 차는 크지만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둘 다 정적을 가차없이 숙청해 권력 기반을 다졌습니다. 좋게 말하면 '스트롱맨'이지만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통치스타일의 대명사 격인 인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는 좋아 보이지만 오랫동안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동병상련의 처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하노이회담 실패 후 러시아라는 새로운 지렛대를 미국에게 과시하는 기회일 겁니다. 현실적으로는 러시아를 활용해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 보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미국과 중국을 외교적으로 견제하는 수단으로 북한을 활용할 속셈일 겁니다. 서로간의 이런 이해관계가 맞닿아 대북 제재가 흔들리고 북한이 정세를 오판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걱정입니다.

2001년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김정일과 푸틴은 다양한 공동사업에 합의했지만 지나놓고 보면 남은 것은 대동강맥주쯤입니다. 그것이 지금 북한과 러시아가 처한 국제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우회 시도가 헛수고일 뿐, 경제 발전으로 가는 길은 완전한 비핵화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4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동병상련 북러 정상회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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