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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동북아 외톨이가 된 한국 외교

등록 2019.04.29 21:46

수정 2019.04.29 22:58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연설장 풍경입니다.

"노벨! 노벨! 노벨!"

지지자들이 노벨을 연호하자 트럼프가 엄지를 치켜 올립니다.

트럼프 / 美 대통령
"그거 좋군요…"

노벨상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엔 아베 일본 총리가 자신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 美 대통령
"아베 총리가 노벨 평화상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아주 아름다운 서한 사본을 내게 줬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트럼프가 아베에게 추천을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 농담이죠?'라는 야유성 신문 사설까지 나왔지요. 황당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미국과 일본이 얼마나 밀착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엊그제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시종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아베총리가 화장실을 찾자 "신조는 특별하니까"라고 말하며 자기 전용 화장실로 안내했습니다.

반면 한국에게는 방위비를 더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요즘 한미관계는 지난주 미국대사가 자청한 기자회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가 말하는 북핵 협상 중간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비외교적 언급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난주에만 미일뿐 아니라 북러, 중러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습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하고도 급속히 밀착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욱일기를 달고 온 일본 군함을 사열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동북아 4강 외교는 멈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과는 갈수록 틈이 벌어지고, 일본과는 회복하기 어려운 관계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게마저 외면당해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를 반쪽으로 치렀습니다. 북한은 도리어 우리 정부에게 "자중 자숙하라"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관계만 잘한다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주변국들과 갈등하고 타협하고, 또 주기적으로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었습니다. 이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북한 타령만 한다면 우리가 언제 또 다시 위험에 빠질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4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동북아 외톨이가 된 한국 외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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