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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미자와 미스 트롯

등록 2019.05.03 21:46

수정 2019.05.03 22:02

'소울의 여왕' 어리사 프랭클린이 오페라곡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릅니다. 1998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당초 테너 파바로티가 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프랭클린이 무대 뒤에서 단 몇 분 연습한 뒤 대신 이 노래를 불러 관객의 넋을 빼놓았습니다.

프랭클린은 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여가수로 꼽히곤 합니다.

열네 살에 데뷔해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까지도 공연 일정을 잡았을 만큼 평생 무대를 지켰습니다.

그의 노래 '리스펙트'는 1960년대 거리로 나선 흑인 인권 시위대의 애창곡이기도 했었지요.

일본에는 미소라 히바리가 있습니다.

'엔카의 여왕'으로 불린 그는 천 4백곡을 남겼는데 대표작 '서글픈 술잔'은 전후 일본인의 피폐한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렇다면 아리고 시린 우리네 삶을 대신 울어 노래해주는 가수는, 단연코 이미자입니다.

열아홉 살에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지 60년…그의 노래 2천5백곡 중에 한두 곡만 읊조려도 가슴 속 멍울이 씻겨 나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늘 코러스 없이 바이올린 독주처럼 청아한 소리를 뽑아냅니다. 그리고 그는 관객 앞에서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결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노래처럼 관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한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음 주 데뷔 60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라이브로 몇십 곡을 무대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왔습니다…"

그는 "이제는 정말 마지막" 이라고 했습니다. 이 '절세 가인(歌人)'이 만인에게 건네는 위안과 행복을 객석에서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이 입니다. 물론 노래는 남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의 뒤에 신세대 '미스 트롯'들이 있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혹시 낡고 촌스럽지 않을까 싶었던 트로트 경연에 유례없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할머니 어머니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미스 트롯들의 굴곡진 삶, 구성진 노래를 따라가며 울고 웃었습니다.

이미자가 '트로트의 영광'이라면 '미스 트롯'은 '트로트의 재발견'입니다. 5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이미자와 미스 트롯'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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