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쉽게 따는 '자격 없는' 자격증…"이틀만에 3개 취득"

등록 2019.05.06 21:30

수정 2019.05.06 22:01

[앵커]
요즘처럼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인 때에는 이런 저런 자격증이라도 가지면 취업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격증에 매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각종 자격증 광고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름은 그럴듯 하지만 실제 취업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엉터리자격증도 많다고 합니다.

소비자 탐사대의 김하림 기자가 그 실태를 고발하겠습니다.

 

[리포트]
심리상담사와 반려동물관리사, 바리스타, 독서지도사 등 각종 자격증 광고가 방송과 인터넷에 쏟아집니다. 취업과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따 두려는 사람이 많은데...

박성준 / 서울 가산동
"나는 남들보다 뒤쳐진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따려고 하고…"

자격증 발급처도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장담합니다.

자격증 발급 업체
"(취업에 도움이 되나요?) 완전 많이 되죠."

과연 그런지 직접 자격증을 따 취업을 시도해봤습니다. 합격률이 높기로 유명한 한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인터넷 강의를 듣고 온라인 시험을 치면 되는데, 배점은 강의 출석 60%, 시험 40%입니다. 더욱이 시험 문제는 기출 문제와 비슷한 게 많습니다.

"다 똑같은데?"

강의를 대충 듣고 기출문제만 외웠는데도 시험 3분만에 합격. 자격증 발급 비용을 내면 1급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격증 발급 업체
"자격증 발급하실 때는 발급 관련 비용 9만원 발생하세요."

심리상담사 1급과 병원원무행정사 1급 자격증 취득 과정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 과목당 강의 시간은 평균 3~4시간, 시험 시간은 3~10분씩 걸려 이틀 만에 자격증 세 개를 땄습니다.

이들 자격증으로 취업을 문의해봤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업체
"(이걸로 취업할 수 있나요?) 실무적으로 경험이 없이 한거라서 땄다, 이런거지 실용성이 있거나 그러진 않아요."

또다른 업체는 이들 자격증이 실습이나 현장 경험 없이 마구 발급돼 자격을 제대로 증명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대학병원 관계자
"국가 고시 자격증은 아니라서 참고사항이지 가점 대상은 아닙니다."

발급 업체에 물었더니…

자격증 발급 업체
"이력서에는 정식으로 기재 가능한 자격증이에요. 모든 곳에서 다 인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취업에 무용지물인 엉터리 자격증에 돈만 날렸다는 피해자가 곳곳에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실습이나 실기 등 까다로운 검증절차가 필요한 국가공인자격증과 달리 많은 민간 자격증은 인터넷 이론 시험만으로 딸 수 있고 일정 기간마다 갱신할 필요도 없어 공신력이 떨어집니다.

2008년 신고만 하면 누구나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 자격증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2012년 3천300여개이던 민간자격증도 현재 3만3천여개로 10배 가량 늘었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부는) 최소한의 개입만 하면 되는거다,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업계) 마케팅 역할도 한 거고…."

일부 업체가 자격 검증보다 자격증 발급 그 자체로 수익을 올리려다 보니 합격률이 80~90%에 달하는 상황. 자격증 남발로 이어져 변별력은 떨어지고, 환불 거부와 계약 불이행 등 자격증 관련 소비자원 피해 접수는 연평균 1천 건에 달합니다.

김다정 / 서울 황학동
"돈주고 산 느낌이 들어요. 어느 정도 지식이나 전문적인 게 있어야 되는데…."

엉터리 자격증 피해를 막으려면 공신력있는 협회 자격증을 따거나, 취업하고 싶은 곳에 사전에 필요한 자격증을 문의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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