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시로 읽는 어버이날

등록 2019.05.08 21:44

수정 2019.05.08 22:22

따뜻한 봄날 아들이 꽃구경 가자며 어머니를 업고 나섭니다. 마을 지나고 들 지나 산속 깊이 들어가자 어머니는 솔잎을 따서, 가는 길에 뿌립니다. 아들이 왜 그러시냐고 묻자 어머니가 대답합니다.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어머니는 자기가 버려지는 것보다 아들 길 잃는 게 더 걱정스러웠던 겁니다. 시인이 남루한 골목을 가는데 다 큰 아들이 어머니를 담벼락에 밀어붙이며 돈을 달라고 합니다. 누군가 보다 못해 아들을 떼어내 쓰러뜨리자 어머니가 얼른 가로막고 아들의 머리를 감싸 안습니다.

시인이 정신병동에 입원한 아버지를 뵈러 갔습니다. 빈 독처럼 분별과 기억을 비워 버린 아버지가 쥐어짜듯 말합니다.

"살만큼 나는 살았다. 내일이라도 간들 대수냐. 남은 너희들이 걱정이다."

아버지는 깊은 치매에 빠져서도 자식 걱정을 놓지 못합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모두가 돌아서도, 세상 끝까지라도 달려와 내 편이 돼주는 존재가 부모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인이 청계천변 10전짜리 국밥집에서 걸인 부녀를 마주쳤습니다.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는 효도의 으뜸이 부모 부양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노인 넷 중 셋이 자녀와 따로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어버이날 하루, 카네이션 한 송이, 현금봉투 하나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것이 자식 보고픈 부모 마음입니다.

자녀와 일주일에 한번 이상 통화하고 한 달에 한번 이상 왕래하는 노인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6퍼센트나 낮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아직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축복이고, 한 마디 안부 전화라도 받는 부모라면 그날 하루가 행복합니다. 5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시로 읽는 어버이날'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