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공무원 때문에

등록 2019.05.13 21:49

수정 2019.05.17 15:10

2000년 미국 대선 유세장에서 부시 후보가 뉴욕타임스 기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곤 부통령 후보 체니에게 말합니다.

"저기 메이저리그급 머저리가 왔네." "맞아, 일만 저지르고 다니는 놈이지…"

물론 마이크가 켜 있는 줄 모르고 한 말입니다. 하지만 주워 담기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사고는 가끔 있습니다. 2011년 미불 정상회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맞장구 쳤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꺼진 마이크도 다시 보자'는 말이 나올법 하지요.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야당 민주당이)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데 (여당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는 그냥 안 되는 거지…"

2016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투표장에서 마치 야당 원내대표 같은 말을 했다가 들킨 적도 있었습니다.

"이거 (녹음) 될 거 같은데, 들릴 것 같은데…"

관료들이 정권 말기라도 된 것처럼 일을 하지 않는다는 집권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뒷담화에 공무원 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무리하게 강행시킨 게 누군데 이제 와 공무원 탓을 하느냐는 겁니다.

정부 여당의 남 탓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지요? 경제와 고용 사정이 나쁜 것은 10년 전 4대강 사업 비롯해 낱낱이 전 정권 탓이라고 하고, 20대 지지율이 낮은 것 역시 전 정권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이라는 특이한 해석이 나온 바도 있습니다. 취업난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은 투정이나 부리는 철부지로 몰아붙이고 장노년층은 "할 일 없어 산에나 가는 존재"라고 한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말 역시 듣기가 거북합니다.

집권당과 청와대는 국정 전반에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 표를 모아준 유권자들의 뜻일 겁니다, 그러나 아직 2년 밖에 안된 정부가 매사에 남 탓만 하고 있다면 국민이 왜 이 정부를 뽑았는지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5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공무원 때문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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