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선생님

등록 2019.05.14 21:45

수정 2019.05.17 15:10

요즘처럼 찬란했던 5년 전 봄, 세월호에 탔던 안산 단원고 선생님은 열네 분이었습니다. 그중에 열두 분이 숨졌습니다. 5층에 있던 여선생님 다섯 분이 아이들을 구하러 4층으로 내려갔을 때 배는 이미 50도 가까이 기울어 있었습니다.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다. 벽을 잡고 겨우 버틴다"고 했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최혜정 선생님은 SNS로 제자들에게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라고 했습니다. 전수영 선생님은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오자 "아이들 구명조끼 입혀야 해"라고 말하고는 끊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마지막 문자를 남겼습니다. "배가 침몰해.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 4층에 있던 남선생님 여섯 분도 모두 숨졌습니다.

남윤철 이해봉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비상구까지 데려다준 뒤 더 구하겠다며 아래층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양승진 선생님은 구명조끼를 벗어 제자에게 건넸습니다.

단원고에만 훌륭한 선생님들이 모여 있던 것은 아닐 겁니다. 단원고 선생님들의 용기와 희생은, 대한민국 선생님들 가슴에 새겨진 제자 사랑의 DNA를 확인해 줬습니다.

내일 스승의 날을 앞둔 조사에서 선생님 열에 아홉은 사기가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수업하다 학부모에게 뺨을 맞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몰카를 찍히기 일쑤입니다. 휴대전화로 밤낮없이 날아드는 항의와 요구에 시달리다 못해 차라리 휴대전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폭언과 폭행을 당할 때마다 보상해주는 교권침해 보험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낙은 아이들입니다. 시인은 봄날 점심 먹고 난 5교시에는 선생 하기가 싫을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숙직실이나 양호실에 누워 잠들고 싶을 때… 참꽃같이 맑은 잇몸으로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철 덜 든 나를 꽃 피운다"고 했습니다.

간혹 운동선수에게 밀리긴 합니다만 우리 아이들이 장차 갖고 싶은 직업은 단연 선생님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선생님은 항상 그 자리에, 아이들이 따르고 기대고 닮고 싶은 거울로 있을겁니다.

5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선생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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