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눈과 귀

등록 2019.05.15 21:44

수정 2019.05.15 21:59

1967년에 제작된 '잘돼 갑니다'라는 영화입니다. 한국영화 최초의 정치풍자극이었지만 상영금지를 당해 20년도 더 지난 1989년에야 개봉됐지요. 영화는 말년의 이승만 대통령을 전속 이발사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대통령께는) 모릅니다, 잘돼 갑니다, 그 말만 하도록 하세요."

비서실장이 시킨 대로 이발사가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요즘 국민들 살기가 어때?" "다들 잘살고 있습니다"  

문명비평가 토인비는 지도자가 경계할 대상으로 '휴브리스'를 말했습니다.

"한 번 성공한 소수는 그 성공에 자만해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인 채 균형과 판단력을 잃기 쉽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청와대 회의에서 받아쓰기, 계급, 정해진 결론이 없는 3무회의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이견을 얘기하는 것은 참모들의 의무"라고 했습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도 서슴지 않는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이 되라고 한 것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경제문제에 관한 한, 회의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가고 있습니다.

어제도 대통령은 중소기업인들 앞에서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인 기업인이 얼마나 됐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주변에 거의 유일했던 '악마의 변호인'이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입니다.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던 그는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데 한가한 말장난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지 않으면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보고서도 올렸습니다. 그런 김 부의장이 작년 말 사표를 던졌습니다.

이제 대통령에게 이견을 말하는 의무를 지킬 참모가 몇이나 될까요.

지난달 경제원로 간담회에 갔던 한 원로의 말을 떠올립니다.

"참석자들이 숱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내는데도 청와대 인사 중 누구도 반응하지 않아 놀랐다. 장벽을 쌓아놓은 것 같았다…."

5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누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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