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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탄도미사일, 단도미사일

등록 2019.05.22 21:46

수정 2019.05.22 22:05

2년 전 남아공 축구 스타 아나스가 최우수 선수로 뽑힌 소감을 말합니다.

"먼저 팬들에게 감사하고 내 아내, 내 여자친구도 고마워…."

당황한 그가 뒷수습을 하느라 진땀을 빼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내 아내, 정말 미안해. 많이 사랑하고 진심으로 사랑해…."

2013년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 파티 때 일입니다. 바이든 부통령이 마이크를 잡고 말합니다.

"제가 미국 대통령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실언을 '프로이트의 말실수'라고 합니다. 숨겨둔 속마음을 억누르다 보면 무의식 중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프로이트 이론에서 나온 용어지요. 그래서 정신분석가들은 정치인의 말실수를 그냥 웃어넘기지 않습니다.

지난 대선 때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안철수 후보 지원유세에서 외칩니다. 

"문재인이 돼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 몫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안철수 입니다!) 

그리고 작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당정회의 한 장면입니다.

"동계올림픽이 다음달 평양에서 열립니다…." "평창, 평창!" 

이 실언을 두고,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정부 여당이 북한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지 드러났다는 분석이 따랐습니다. 

"최근 북한의 '단도 미사일'을 포함한 발사체의 발사에 대한 대응에서도…." 

어제 대통령의 '단도 미사일' 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대통령과 대변인의 대화를 공개했습니다.

대통령께서 "탄도미사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맞나요" 라고 대변인이 물었다는 겁니다. 즉 대변인 귀에도 탄도미사일로 들렸다는 얘기겠지요. 청와대 발표대로 대통령이 원고에 쓰인 '단거리 미사일'을 '단도 미사일'로 잘못 말했을 수 있습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데 왜 자꾸 프로이트의 이론이 생각날까요?

정부와 군은 북한 도발 후 보름이 넘도록 "발사체를 정밀 분석 중"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이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는데도 말이지요. 그런 와중에 나온 대통령의 실언과 서둘러 불끄기에 나선 청와대를 보며, 그저 우습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탄도미사일, 단도미사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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