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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또 돈 원없이 쓰실 건가요?"

등록 2019.05.25 10:51

수정 2019.05.25 11:20

[취재후 Talk] '또 돈 원없이 쓰실  건가요?'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 기획재정부 제공

때는 2008년 12월 30일, 그 해 마지막 국무회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지금의 경제부총리) 입에서 꽤나 재밌는 말이 나왔습니다.

"본인은 과거 왕조시대에 호조판서를 포함하여 역대 모든 재무 책임자 중 가장 많이 돈을 써본 사람일 것입니다. 원없이 돈 써본 한 해였습니다."

2008년 지출예산이 257조 원을 넘었고, 여기에 추가경정예산 4조 6000억 원까지 더해졌으니 틀린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역대 재무책임자 중 이런 식의 말을 대놓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옆에 있던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서둘러 농담이라고 포장했지만 이 말은 지금까지도 재정당국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발언이 다시 떠오른 이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경제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확장적 재정정책',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풀어쓰면 정부가 돈을 많이 써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말입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면 당연히 지갑에 돈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어떨까요.


 

[취재후 Talk] '또 돈 원없이 쓰실  건가요?'
반복되는 단기 재정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KDI / TV조선 뉴스 갈무리



■ 세금 잔치는 끝났다
작년보다 연봉이 줄어든 회사원은 씀씀이를 줄이겠죠. 하지만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은 세금이 많이 걷혔지만 올해는 벌써 1분기부터 줄었습니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 세수 전망도 어둡다는 게 세제실의 설명입니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연봉은 줄었지만 돈을 더 쓰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엔 적자국채가 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6조 7000억 원 중 3조 6000억 원은 적자국채입니다. 국채 없이 초과 세금으로만 편성했던 작년과는 사뭇 다릅니다.

좋습니다. 홍 부총리 말대로 이렇게 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성공한다고 칩시다. 그래도 국가의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도 최근 보고서에서 반복되는 단기재정확대는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 증세 검토는 없다
그렇다고 국채만 방법인 건 아닙니다. 세금을 더 걷는 증세가 있습니다. 곳간에 쌀이 줄어들면 채워넣는 것이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두달 뒤 초(超)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 세법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조세저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지난 3월에도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여론에서 반발이 크게 일자 없던 일이 됐습니다. 증세로 정부의 곳간을 튼튼하게 할 수 있지만, 국민들로부터는 민심을 잃습니다.

그러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떤 입장일까요? 어제 증세를 검토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본격적인 검토는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곳간이 더 채워질 리 없죠. 정치적으로 보자면,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인기없는 증세논의에 대해 잘라 말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후 Talk] '또 돈 원없이 쓰실  건가요?'
제52차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 기획재정부 제공



■ 이제 재원 고민도 깊이
결론적으로 정부는 앞으로 경기부양을 위해서 씀씀이는 늘리되 부족한 부분은 적자국채로 메울 가능성이 큽니다. 세수가 부족할 때 재정당국이 전통적으로 써 온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젠 달라야 합니다. 복지국가를 표방하면서 해마다 연금 등 사회안전망 지출이 커지고 있고, 고령화로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맞지만 눈 앞에 놓인 수치에만 급급해 단기적인 돈풀기에만 매몰되어선 안됩니다.

예산은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정부의 씀씀이를 담는 지출예산,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예산입니다. 여기에 세금 수입을 담는 세입예산이 있습니다. 저 또한 기사를 쓸 때 세입예산보다는 지출예산을 훨씬 많이 다루었습니다. 이제는 세입예산도 더 꼼꼼히 보려고 합니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기획재정부의 불빛 속에 지출예산 못지 않게 세입예산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기를 바랍니다. / 송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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