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거장 봉준호

등록 2019.05.27 21:48

수정 2019.05.27 22:20

장대한 종교 서사극 '벤허', 그리고 경쾌하고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로마의 휴일' 입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한 두 번씩 보셨을 고전 영화지요. 거기에다 드라마 '폭풍의 언덕', 사회극 '우리 생애 최고의 해', 서부극 '빅 컨트리'에 뮤지컬, 코미디, 범죄심리극까지… 각기 장르가 다른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 감독, 윌리엄 와일러가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들도 한번 보시지요. 가족극 '결혼 피로연'과 '음식남녀', 영국 고전극 '센스 앤 센서빌리티', 무협극 '와호장룡', 공상 액션극, 동성애 서부극, 3D 영화…. 대만 감독 리안도 시대와 주제를 넘나들며 거장 반열에 랐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봉준호가 있습니다. 풍자극 '플란다스의 개', 범죄 시대극 '살인의 추억', 괴수 영화 '괴물', 어두운 가족극 '마더', 공상 액션 '설국열차'까지….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던 그가 기괴한 코미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영화란 꿈의 공장, 세상의 만화경이라고 합니다. 봉 감독은 그런 영화의 정의를 그만의 방식으로 실현해냈고 '봉준호 장르'라는 말까지 등장시켰습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모더니스트 소 설가 박태원입니다. 암울한 일제시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통의 몰락, 가족의 해체, 개인의 건조한 일상을 관찰하며 황금만능주의를 꼬집은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런데 시대만 다를 뿐 지금 봉준호가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는 시선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봉준호의 넓은 영화세계에는 늘 보통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툭툭 내뱉으면서도 힘있게 관객을 빨아들이는 이야기꾼입니다.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세계인도 절절하게 공감한다는 실이 칸에서 입증됐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거장이라는 칭호가 버겁지 않습니다. 봉준호의 칸 정복은 올해 한국영화 백년이 쏘아올린 축포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반도체 뿐 아니라 영화도 잘 만드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됐습니다.

5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거장 봉준호'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